[트럼프 코로나 쇼크] 건강 자신하는 트럼프…언론은 "복잡한 대선 더 꼬일 수도"

2020-10-05 07:53
대선 연기는 가능성 적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자신하고 있지만, 이미 외신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선거가 미뤄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은 4년마다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치러진다. 연기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낮다고 로이터 통신은 3일 전했다. 일단 대선은 미뤄진 전례가 없다. 게다가 연기를 결정하는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연기되는 법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통과 가능성이 낮다.

선거일 전 트럼프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대체 후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선 일정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이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우편 투표 등 조기투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복잡한 선거 제도로 상황은 더 꼬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 유권자가 1차 투표를 한 뒤 다시 미국 50개주 및 워싱턴 DC의 선거인단 538명이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후보가 선거일인 11월 3일 이후와 선거인단 투표가 예정된 12월 4일 사이에 숨질 경우 각 주마다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한 당선인이 의회 표결로 이를 승인하는 내년 1월 6일 이전에 사망할 경우에는 누가 대통령 자리에 앉을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일 이후 사망 시에는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수도 있게 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앞에서 지지자들이 쾌유를 빌며 성조기 등을 들고 지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 간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없을 듯

시장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으로 국제 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약강세를 보였지만, 일본 엔화 매수세도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우려보다 주요 통화 움직임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 역시 2일 개장 전 다우 선물지수가 500P(포인트) 이상 출렁이면서 급락세를 보였지만, 정규장 이후 낙폭을 상당히 줄이며 대혼란 우려는 잠잠해진 상태다.

미국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대통령의 확진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꾸준히 시장에 반영된 점을 고려할 때 위험자산 투매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증세가 악화하더라도 시장 충격은 급격히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시장은 이번 사태가 미국 의회의 신규 부양책 합의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와 대선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세에서 시장은 '안정화 비책'으로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BC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추가 부양책 통과 가능성이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백악관·공화당과의 협상에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을 지휘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MSNBC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 의원들이 코로나19의 위험한 실상을 확인하면서 부양책 협상과 관련한 역학 구도가 바뀔 수 있다"면서 합의 타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한국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7~8일 예정했던 방한을 전격 취소하고 4~6일 일본만 방문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아시아 3개국 방문 일정을 결국 조정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3일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재공지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방문에 관한 업데이트'라는 보도자료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4~6일 일본 도쿄를 방문하고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어 우리나라와 몽골 방문 일정 취소 소식을 전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10월 중 다시 아시아 지역을 방문할 것"이라면서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한 작업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국부부는 전날 낮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내부 사정 때문이니 양해를 바란다'고 사전 통지했다. 외교부 역시 4일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시일 내 다시 방한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연기된 것과 관련하여 미측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받았고 그간 한·미간 외교 경로(외교부-주한미대사관, 국무부-주미한국대사관)를 통해 긴밀히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간 정상회담 혹은 고위급 회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의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고 외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