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티키틱 이신혁이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들
2020-10-08 18:23
조용한 교실에 볼펜 똑딱이는 소리가 퍼지고 책을 넘기는 소리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해진다. 대걸레에서 기타소리가 나고 종이에 그린 피아노 건반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책상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리듬을 탄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들어와 “선생님 오신다”고 외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한다.
2011년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을 ‘하이스쿨 잼’이라는 제목을 가진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18살 고등학생 이신혁.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웹드라마와 뮤지컬 등을 기반으로 한 티키틱의 대장이 됐다. 그와 함께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티키틱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티키틱’이 만들어지기 전 ‘Project SH’라는 채널을 운영했어요. 콘텐츠의 결이나 작업 방식은 지금의 티키틱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혼자 이끌어나가는 채널에 가까웠어요. 더 큰 규모와 퀄리티로 창작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을 넘어 잘 짜여진 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기 시작했고,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을 신중하게 모아 지금의 4인 체제를 완성하게 됐어요.
A. 새 이름을 짓는 데만 반 년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Project SH’를 그대로 이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콘텐츠의 정체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러 방향을 고민하다가 결국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작은 리듬이라던지, 볼펜을 똑딱이는 소리,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등을 떠올리며 ‘티키틱’이라는 의성어를 만들었어요.
Q.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발상으로 음악과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영감을 주는 건 뭔가요?
A.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 그 자체가 영감이 됩니다. 하루 동안 나눴던 대화라던지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 유행 등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될 때가 많아요. 찾아낸 소재에 티키틱만의 작업 방식을 덧입혀 저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떠오른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주 메모하는 게 습관이에요. 창작자들의 흔한 습관이지만 그만큼 창작의 기본이 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일단 적어두면 자연스레 무르익어서 좋은 스토리가 될 때도 있고, 이미 있던 아이템들과 합쳐져 좋은 시너지를 낼 때도 있습니다.
A. 제작할 아이디어가 확정되면 시나리오와 음악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진행 방향에 따라 음악의 구성을 수정하기도 하고, 반대로 음악적 연출을 살리기 위해 대사의 분량을 조정하기도 하고요. 매번 영상과 음악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려고 노력해요. 시나리오와 곡 모두 제가 작업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덧대거나 수정이 필요할 때 그만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창작할 때 어떤 환경이 가장 도움 되거나 방해가 되나요?
A.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누가 꾸준히 말을 걸어오지만 않으면 방해를 받지 않아요. 체감상 낮보다는 밤에 작업의 효율이 더 올라가는 것 같고요.
Q. 이신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뭔가요?
A, 자유롭게 창작하고 있다는 즐거움으로 힘을 얻어요. 스스로의 의지와 의도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크리에이터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만든 이야기를 함께 즐겨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 역시 창작을 이어나가는 큰 원동력이 되고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Q. 학창시절 이신혁은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잠 많은 학생이었어요. 평범했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키워드와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Project SH’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작 활동을 시작했던 것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친구들과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영상을 찍으며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저에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네요.
Q. 고등학생 시절 하이스쿨 잼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영상이나 본인이 얼마나 성장했다고 느끼세요?
A. 창작을 대하는 마음이나 열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결과물로 표현해내는 수완은 확실히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그때보다 시행착오를 덜 거치면서도 원하는 의도점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아직 스스로 완전히 만족하고 있지는 않아요. 나아갈 길은 아직도 멀다고 생각해요.
Q. ‘제가 왜 늦었냐면요’와 같은 티키틱의 패러디 영상을 보면 기분이 어떠신가요?
A. 항상 신기해요. 사랑받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요. 가끔은 반대로 영감을 얻기도 해요. 패러디나 2차 창작이 된 게시물을 발견하면 항상 멤버들과 공유하며 놀라워 해요.
Q.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뭔가요?
A.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창작물의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결과물도 즐겁게 나온다는 믿음으로 작업에 임하기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도 늘 즐겁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 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 분들께서 “티키틱은 촬영 분위기가 왜 이렇게 좋아요?”라고 말씀해주실 때면 뿌듯함을 느껴요.
Q. 티키틱의 영상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티키틱의 영상들이 가진 메시지는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아요. ‘~하자’처럼 끝나는 변화나 촉구의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오히려 여러 사람들이나 삶이 존재하는 그 순간 자체를 보여주는 때가 많아요. 밤잠 못 이루는 회사원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어색해 하는 대학생이 있다,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청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과 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저희가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저희의 이야기가 큰 의미가 되든 작은 의미가 되든,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것이라면 그 순간 이미 공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공명할 수 있는 영상, 가끔 생각날 때 돌아올 수 있는 체크포인트 같은 영상을 꾸준히 만드는 게 지금의 목표고요.
Q. 요즘 처해 있는 상황이나 지금 인터뷰 하는 순간을 노래로 만든다면 어떤 제목과 내용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A. ‘마스크를 벗고 나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한 적이 있어요. 세상이 얼른 다시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Q.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와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나요?
A. 아마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거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창작을 계속하는 한 끝나지 못할 고민 같고요. 지금도 완벽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저희는 저희만의 독특한 의도나 메시지는 그대로 둔 채 그 전달 방식을 시청자에게 친숙한 연출이나 구성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가끔은 의도적으로 저희의 고집이 더 들어간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요. 음악 앨범으로 친다면 타이틀곡과 다른 트랙들을 번갈아가며 발매하는 느낌이겠네요.
Q. 마지막으로 창작자와 플레이어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창작에 대한 접근성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창작에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많아졌고 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도 이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창작자가 되려면 기술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색채와 정체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멋진 브랜드로 기억될 수 있길 응원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