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와이파이 논란 ①] 서울시와 과기정통부의 '밀당' 이유는

2020-10-03 11:52
서울시 "자치 분권의 영역" vs 과기정통부 "현행법 위반"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공 와이파이.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서울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공 와이파이 구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자체 보유한 자가 통신망을 활용해 공공 와이파이망을 확충하려 하자, 과기정통부가 현행 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갈등의 핵심은 통신망 운영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다. 서울시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자가 통신망을 운영해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ICT 기반 행정 서비스에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통신 서비스 운영은 민간의 영역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공공와이파이 사업 역시 지자체 별로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통합 추진 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자가 통신망 고집하는 이유 '미래 스마트도시 인프라'
두 기관의 갈등은 서울시가 자체 보유 자가통신망인 에스넷(S-Net)을 활용한 공공와이파이 망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의 계획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직접 와이파이 통신시설을 구축·운영부터 유지보수까지 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7조의 국가나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금지와 제65조 자가망의 목적 외 사용제한에 해당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서울시가 과기정통부와의 갈등까지 감수하며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미래 스마트도시 사업이 관련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S-Net) 추진계획'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자가 통신망인 에스넷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 추진계획'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에스넷 구축 △서울시 생활권 면적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구축 △사물인터넷망(IoT) 구축 등이다. 에스넷은 이동통신사업자의 회선을 임대하지 않고 공공이 직접 구축하는 통신망(광케이블)이다.

서울시는 자체 공공와이파이망에 최신 기술인 와이파이6(WiFi6)를 적용해 최대 속도 9.6Gbps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무료 인터넷 서비스 제공으로 1인당 월 5만원, 서울시 전체로는 연간 3조원의 사용편익이 있을 것이라는 추산도 내놨다.

서울시가 구상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핵심은 자가 통신망이다. 향후 서울시는 '스마트시티 구상'을 통해 다양한 도시 행정 서비스에 ICT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바닥에 부착된 IoT 센서를 활용한 '공유주차' 서비스나 위급상황 감지 시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스마트 가로등', 치매 어르신과 아동의 위치정보를 활용한 'IoT 실종방지'와 같은 정책이 있다.

서울시가 자체 통신망을 반드시 구축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통신망에 연결된 서울시의 IoT 기반 공공 서비스가 급증함에 따라 통신비용도 덩달아 늘고 있어서다.

이미 서울시는 다양한 IoT 기반 공공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다. 이외에도 노후 경유 차량 관리나 버스 도착정보 제공 등 여러 공공 서비스들이 통신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 측은 "이러한 사업들이 이동통신사의 임대망을 이용하면서 통신비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기정통부 "이동통신 사업은 민간의 몫...중복 투자도 우려"
과기정통부 측은 이러한 서울시의 구상이 현행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의 공공 와이파이 사업이 국민의 통신복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구상은 전기통신사업법 7조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므로 법의 취지와 내용에 맞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주장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7조는 지자체의 기간통신 사업자 등록을 금지하고 있으며, 65조에선 자가망을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7조는 1991년 이후 통신 사업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위해서 정부와 민간 사업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지자체나 정부의 직접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다. 서울시가 직접 자가망을 구축하게 되면 해당 법 취지를 위반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의 구상대로 서울시가 직접 망을 운영하게 되면 보안 문제에 대응하는 등 유지 보수관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공무원이 통신 서비스의 주기적인 업그레이드, 보안관리를 맡고 신속하게 기술발전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서울시가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해당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는 크게 △정부와 지자체가 재원을 투입하고 통신사가 구축·운영 및 유지보수를 맡는 방안 △지방공기업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거나 서울시 산하기관이 공공와이파이를 서비스하는 방안 △지자체가 자가망을 통신사에 임대하고, 통신사는 해당 지자체에 회선료를 할인해 통신사가 와이파이를 서비스하는 방안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과기정통부는 투자자원의 중복도 우려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자체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게 될 경우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가지 공공와이파이 4만1000곳을 추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미 서울시에는 상당한 수준의 네트워크가 구축돼있어 국가적으로 자원의 중복 투자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부터 과기정통부와 서울시는 공공와이파이 구축 실무협의체를 운영하며 협의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양 기관이 긴밀히 협의 중이며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기관의 입장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구청장협의회까지 가세해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과기정통부, 공공 와이파이 왜 반대하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구청장협의회는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 확대 사업은 시민들의 늘어나는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 통신격차를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측은 이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이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도 재반박에 나섰다. 24일 과기정통부는 입장 자료를 통해 "국민의 통신복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서울시의 정책은 현행법하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