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으로 보는 대형 금융사고 역사 키코부터 라임·옵티머스까지
2020-10-03 15:13
작년과 올해에 걸쳐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앞서 2008년 키코 사태, 2013년 동양 사태 등도 있었다.
이런 대형금융사고는 한번 일어날 때마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힌다.
서로 닮은 라임과 옵티머스…재판은 한창 진행 중
라임사태 재판은 1심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관련 재판을 주로 맡은 남부지법의 한 판사는 "라임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인원이 남부지법에서만 총 40여명 가량 된다"고 말했다.
라임사태 주범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 재판과 부실을 알고 불완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증권사 전 직원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피고인들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관련 어떤 재판에 들어가더라도 주범들 이름은 항상 언급된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직원들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펀드를 설정하거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도 받는다. 라임자금을 투자받고 횡령한 혐의를 받는 회장들은 김 전 회장과 주로 연관돼 있다.
주범들은 모두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2900여명을 모집했다. 이후 1조2000억원을 끌어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처음 투자를 할 때 제시했던 안정적인 채권이 아닌 다른 부실 채권에 투자한 후 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한다. 이 사건은 옵티머스 펀드 수탁회사인 하나은행과 판매사 NH투자증권, 펀드명세서를 작성한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연관돼 있다.
김 회장 측은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12년이 지나도 해결 아직… 키코사태
2008년 발생한 키코사태는 환파생상품 일종인 키코(KIKO:Knock in Knock out)를 팔며 시작됐다. 키코란 ‘녹인’(Knock-In),‘녹아웃’(Knock-Out)의 약자다. 이미 대법원판결까지 나온 사건이지만 여전히 분쟁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법원은 키코를 판매한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일부 책임을 인정했지만 키코 자체는 일반적인 상품이라고 판단했다.
2010년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는 키코 가입 중소기업 118개 업체가 은행권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키코 불공정가 불공정 상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1년 5월에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시작됐고 항소심도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키코가 정상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7월 키코사건 상고심 3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연 뒤 2013년 9월 “은행이 키코상품을 판매한 것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다.
키코는 환율 상단과 하단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환율이 해당 범위 안에서 내에서 움직일 경우 약정환율로 달러를 바꿀 수 있어 환헤지 하는 효과가 있다. 환헤지는 금융상품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환율변동 폭이 범위이상으로 커질 경우 반대로 손실을 입는다.
키코는 환율이 상단범위를 넘어간다면 약정금액의 2배 금액을 현재 높은 환율로 매입해 약정 당시 낮은 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했다. 하한선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수수료는 덤이다.
2008년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당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1600원대까지 치솟았고,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고 줄줄이 도산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공대위)를 만들어 금융권이 불공정한 금융상품을 판매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이후 별다른 소식없이 넘어가던 키코사태는 2017년 9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키코사태 재수사”를 지시하고 다시 조사됐다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른 조정안이 나오며 새로운 국면을 띈 상태다.
동양사태는 집단 소송 진행 중
2013년 9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해 발생한 '동양사태'는 약 1조원3000억원 가량 막대한 피해를 소비자에게 안겼다.피해자들은 집단소송제를 이용해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대법원 2부는 2018년 7월 “대표 당사자 중 일부가 집단소송 구성원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다른 대표당사자가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을 사실상 허가했다.
이에 불복한 유안타증권이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되면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최종 허가됐다.
집단소송이란 집단적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대표당사자가 나와 소송을 벌이고 판결이 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 효력을 미치게 하는 제도다. 앞서 2005년 증권 분야에만 일부 도입됐다. 법원 허가가 있어야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 민사소송과 가장 차이가 있다. 지난 28일 법무부는 앞서 증권분야에만 도입했던 제도를 모든 분야에 확대적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당시 동양증권은 투자에 적합한지 따지지 않고 CP를 대신 팔아줬다. CP를 발행하는 만큼 바로 자금이 조달됐다.
그러나 동양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모두 투자부적격 등급인 동양그룹 계열사 CP를 인수하거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지 않았다.
이후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등에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융상품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 상품 내용이나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회사 측이 설명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부 배상을 선고했다.
피해자들 일부는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동양사태는 국회 국정감사에 이슈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주범이었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2014년 2월 첫 재판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2014년 12월에 열렸고 2015년 5월 항소심 재판부는 현 회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현 회장은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