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이어 SK이노, 투자 유치 움직임···삼성SDI도 결단 내리나

2020-09-28 05:28

전기차 배터리 경쟁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잇달아 투자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삼성SDI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경쟁사의 추이에 맞춰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중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LG화학은 지난 17일 흑자전환에 성공한 배터리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하고 향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예고했다. 현재 물적분할에 반발하는 개인 주주들을 진정시키느라 다소 고생하고 있으나 예정대로 분할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LiBS) 자회사인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의 프리 IPO를 통해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도 향후 배터리 사업 부문이 흑자전환할 경우 분할 등을 통해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생산설비를 차근차근 늘려가는 방식을 고집했다가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외 경쟁사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영진의 행보를 보더라도 삼성SDI만 배터리 사업 투자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처럼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배터리 사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포부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흐름을 보더라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삼성SDI가 슬슬 투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CD 등의 선례를 볼 때 한 번 시설투자 시기를 놓쳐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글로벌 상위권사도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며 "삼성SDI도 배터리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부문이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LG화학처럼 물적분할 등의 극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등이 보유한 삼성SDI의 지분(보통주 기준)이 20.56%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물적분할 작업을 완주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각 사]
 

아울러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SDI의 순차입금 규모는 2조5111억원 수준으로 LG화학(8조4938억원)과 SK이노베이션(9조9682억원)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와 부채비율도 각각 20.1%와 62.3% 수준으로 역시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나 보유 자산을 일부 매각하는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당장 배터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며 "배터리 관련 투자는 시장상황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삼성SD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