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전쟁] ①트럼프, 정권 안 넘기나?..."지는 것 싫어, 조작 아니면 나는 안 져"

2020-09-24 19:15
트럼프, 평화적 권력 이양 거절?…사실상 '대선 불복' 선언
"선거 조작됐을 때만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다" 황당 주장

40여일 남은 미국 대선 정국이 '대법원 전쟁'에 돌입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타계로 한 달여 남은 미국 대선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신임 대법관을 빠르게 지명해 재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선에 패배한다면, 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봐야 할 것"이라면서 "우편투표가 없다면 권력을 '이양'할 일도 없고 정권이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평화로울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 관련 소송 가능성 때문에 연방대법관 지명을 서두르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는 "훌륭하고 공정한 질문"이라면서 "결국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사기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4대4의 대법원은 좋지 않다. 선거 전에 9명의 대법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 비율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州)정부 법무장관들과의 회의에선 "민주당이 코로나19를 구실로 우편투표 사기를 벌이고 있다"면서 "선거가 조작됐을 경우에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대선 패배시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켜봐야 한다"면서 "'예스'나 '노'라고 답하진 않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는 것이 싫다"며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NN과 로이터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refuse·hedge)"고 평가했으며,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캠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우편투표를 핑계로 '선거 사기'를 주장하고 대법원에 결과를 끌고 가거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경합주에선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대선 선거인단을 친트럼프 인사들로 지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역사상 연방대법원 판결로 승자가 결정된 사례는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대결이 유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