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결국 접속 차단된다...방심위 의결(종합)

2020-09-24 17:45
24일 통신심의소위에서 재논의 끝에 사이트 전체 차단 결정
방심위 "민원 잇따르는데 운영자 자율조치할 의지없어"
디지털교도소 관련 심의만 이번이 세번째...'뒷북' 조치 논란도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화면 갈무리.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사적 제재 논란이 불거진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 과잉규제를 이유로 일부 정보에 대해서만 차단조치를 내린 지난 의결 내용을 뒤집은 것으로, 뒤늦은 조치로 피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는 24일 통신심위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결정 이후 국내 서버 사업자의 차단조치가 취해지면 이후 국내에서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게재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위법행위를 조장한다고 봤다. 디지털교도소에 신원이 공개된 사람이 실제로 악성 범죄자라 할지라도,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해진 범위를 넘어선 '사적규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디지털교도소에 각종 신상정보를 게시해 이중처벌이 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정이유를 밝혔다.

심의위원들은 최근 허위사실이 게재돼 무고한 개인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는데다, 현행법 위반 사항에 대해 운영자의 자율조치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심위가 디지털교도소 차단조치가 뒤늦은 결정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방심위의 디지털교도소 관련 심의는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7월부터 경찰은 방심위에 삭제·차단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방심위는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인 지난 10일에야 첫 심의에 착수했다.

첫 심의에서 방심위는 해당 사이트가 접속 불가인 상태라는 이유를 들어 의결을 보류했다. 이후 방심위는 메인 사이트가 아닌 세부 페이지로 접속할 경우 불법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 후 지난 14일 재심의를 진행했다. 7월부터 이번 세 번째 심의를 통해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약 2개월 간 그대로 남은 불법정보가 피해를 입힌 셈이 됐다.

다만 지난 통신소위에서 전체 사이트 접속차단을 반대했던 위원들조차 세 번째 심의에서는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는 운영진이 방심위의 협조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 14일 열렸던 통신소위에서 디지털교도소 전체 89건의 게시물 중 명예훼손 등 위법성이 명백한 17건에 대해서만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 우려가 있고, 문제가 되는 개별 게시물만 차단해도 의결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이트 전면 차단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방심위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에 위법 여부가 확인된 17건의 정보에 대해 삭제와 수정 등을 요청했지만, 이후에도 운영진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방심위 측은 "지난 14일 시정요구 결정이후 운영진에게 자율조치를 요청했으나 이행은커녕 답변도 없었고, 이후 게시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신고와 전체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이어져 재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운영자가 사이트 차단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겨가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를 파악해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 관련 형이 확정된 사람이나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다. 실제로 국내에선 성범죄 관련 형량이 낮아 범죄 수위에 비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거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 자살 사건뿐만 아니라 한 교수가 성 착취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와 해당 교수 신상이 노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익적 목적을 내세웠던 본래 취지와 달리 의혹 수준에 불과하거나 무고한 인물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노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편 경찰 당국은 지난 23일 베트남에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A씨를 검거해 조사를 준비 중이다. A씨 이외에도 다른 공범자가 없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