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公 골프장 '복마전'…새 사업자로 대중제 모습 갖추나

2020-09-25 00:00
1회 이용료 30만원, 대중제 아닌 프리미엄 골프장
공익운영심의위원회 설치해 그린피 억제 등 실현
21일 입찰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28일 입찰 '마감'

[사진=스카이72 제공]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여러 차례 라운드를 돌았어요. 서울에서 거리도 가깝고 모든 게 다 좋은데 영종도로 들어가면서 왕복 톨게이트 비용도 내야 하고, 그린피만 20만원이 넘어서 이곳이 과연 대중 골프장인지 의문이 듭니다. 새 사업자 입찰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면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까워서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텐데 제대로 된 대중 골프장의 모습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O씨(61)는 해외 바이어 대상 라운드 미팅 및 지인 간 친선 라운드를 위해 매번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72)가 운영하는 골프장을 선택했다. 서울과 가까운 거리이고, 코스가 다양해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습관적으로 부킹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골프장 이용료(그린피)는 올라가고, 왕복 통행료까지 납부해야 하니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라운드 비용에 톨비까지 30만원··· 말만 '대중', 사실은 '프리미엄'

스카이72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부킹할 수 있다. 하늘코스, 레이크코스, 클래식코스, 오션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코스별로 날짜와 시간대 그리고 금액이 한눈에 나타난다. 네 가지 코스에서 가장 비싼 금액은 24만원이 넘고, 가장 싼 가격도 16만원 선이다. 카트비는 9만원, 캐디피는 13만원(일반)이다. 여기에 차 1대당 왕복 톨게이트 비용은 1만5000원. 이 모든 것을 더한다면 가장 비싼 시간대 기준으로 1인당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 골프장은 사실 대중 골프장이다. 말만 그런 것이지,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깝고 가격은 비싸서 프리미엄 골프장이라 불린다.

정부는 2000년 '골프 대중화'를 목표로 대중 골프장을 늘렸다. 대중 골프장에는 회원제보다 세금 혜택을 줬다. 덕분에 너도나도 등록하거나 전환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결국 전국적으로 편법 대중 골프장이 판치기 시작했다. 마치 골프장 생태계를 흐리는 황소개구리처럼 말이다. '골프 대중화'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고,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그린피만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스카이72도 마찬가지다. 세금 혜택은 받지만, 골퍼들은 한 라운드에 3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골퍼들의 원성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미지=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 "새 사업자 찾겠다" vs 스카이72 "무슨 소리야"

그러한 스카이72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의 토지에서 골프장을 운영한 지 15년이 됐다.

2002년 7월 스카이72와 공항공사는 실시협약을 맺었다. 제5 활주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 2020년 12월 31일까지만 토지를 빌려줄 테니 골프장을 운영하라는 내용이었다. 2004년 8월 정부의 승인이 떨어진 후 실질적인 협약 내용이 이행됐다.

이에 스카이72는 제5 활주로 예정부지(269만3163㎡)와 신불지역(95만4711㎡)에 정규코스 72홀, 연습코스 9홀, 연습장 등을 만들고 2005년 8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변수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제5 활주로 공사 연기 발표. 이때부터 설왕설래가 펼쳐졌다. "제5 활주로 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해달라"는 스카이72 측 입장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공항공사는 그러나 "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며 시설물을 무상으로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실시협약 당시 계약 방식도 화두가 됐다. 공항공사는 BOT 방식(민간 사업자의 시설 건설·사용수익·임대료 납부 이후 협약 만료 시점에 소유권 이전)을 주장했다. BOT 방식의 경우 실시협약이 만기되는 2020년 12월 31일 스카이72는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항공사는 정부나 지자체 등 BOT 방식의 계약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잘못된 법 적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 국정감사 등 상임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항공사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신불 및 제5 활주로 예정지역 대중골프장 후속 사업자 선정'을 발표했다. "스카이72와의 계약 연장 없이 새로운 사업자와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 의지에는 두 가지 주장이 뒷받침됐다. 첫째는 공정성. 구본환 공항공사 사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인 만큼 특혜나 공정성에 대해 일체의 시비가 없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절차를 통해 후속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둘째는 '공익운영 심의위원회' 설치. 그린피가 비싸다는 불만과 지적이 끊이질 않자, 이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해 '과도한 그린피 억제', '지역주민과 환승객에 대한 이용료 할인'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공항 이용객과 국민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으면서 '진정한 대중 골프장의 모습을 찾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현 사업자와 새 사업자 간 인수·인계 시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를 제출해 현재 고용되거나 계약이 체결된 인력 및 협력업체의 유지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항공사의 후속 사업자 선정 발표에 스카이72는 지난 4일 '골프장 사업자 선정 입찰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토지 외의 것들(클럽하우스, 잔디, 수목)은 우리의 소유다.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는데 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송이 시작되면 3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새 사업자도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스카이72가 요구하는 계약 갱신은 수의계약이다. 국가계약법 위반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스카이72는 2014년에 투자비(2000억원)를 모두 회수했다. 이후에도 수익을 지속적으로 축적했다. 공정성을 위해 모든 사업자에 사업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 스카이72도 입찰 참가 자격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인천지법 제21민사부(부장 양환승)는 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스카이72가 낸 '골프장 사업자 선정 입찰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스카이72는 "항고를 제기하겠다"며 "토지 외의 것들이 우리의 소유라는 점은 변함없다. 후속 절차를 밟을 것이다. 진행 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도 충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입찰 마감, 대기업·중견기업 등 입찰서 제출 '대박'

시작된 입찰은 결국 끝을 보게 됐다. 입찰 방식은 제한 경쟁 최고가 낙찰이다. 제5 활주로 부지에 지어진 클래식·바다·오션 코스와 연습장의 임대 기간은 3년(1년씩 연장), 신불지역에 마련된 하늘코스의 임대 기간은 10년(5년씩 연장, 최장 10년)까지로 정했다.

입찰이 가능한 업체는 최근 3년 이상 정규 골프장(18홀 이상)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BB+ 이상의 신용평가 등급(컨소시엄 시 BB0 이상)과 32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

임대료는 매출액에 영업요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기준 임대료는 바다코스 256억원, 하늘코스 65억원 등 총 321억원이다. 이 금액은 올해 임대료인 163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낙찰자는 2021년 1월 1일부터 운영을 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소송 등 후속 조치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 사업자의 임대시설 인수·인계 및 법적 분쟁 소요 기간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비싸진 임대료 기준과 법적 분쟁으로 인한 시간 소요 예정에도 다수의 업체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그야말로 '대박'인 것.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기업, 중견기업, 골프장 운영사 등이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방증이다.

공항공사 홍보팀 담당자는 "많은 업체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어디에서 넣었는지는 비공개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28일 오후 6시에 마감한다. 개찰은 29일 오후 4시다. 정성 평가 등이 아닌 최고가만을 발표한다. 최종 결정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서류가 허위인지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