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와 독대 없이 함께 입장한 文 “권력기관 개혁, 돌이킬 수 없는 과제”(종합)

2020-09-21 18:51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주재…공수처 조속 출범 강조
‘아들 군 복무 의혹’에도 사실상 ‘재신임’…靑 “의전서열상 영접”
“경찰청법·국정원법 큰 입법 과제 남아…국회가 마무리 잘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제 추진 상황을 점검하면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다만 ‘검찰개혁’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 “이제 입법 사항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입법이 이뤄진 것은 조속히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척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아들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장에 입장하며 사실상 ‘힘을 실어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의전서열에 의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한 지적도 의식한 듯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 속담을 인용하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경찰청법·국정원법 두 개의 큰 입법 과제가 남았다”면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서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부터 일선 현장에서 땀 흘리는 담당자까지 자기 본분에만 충실할 수 있게 하는 게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정의했다.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는 지난해 2월 첫 회의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9월 정기국회 내에 형사소송법·경찰청법·국정원법 개정안 등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당·정·청 방침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주로 입법 전략이 논의됐다.

먼저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간에 균형과 견제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면 국민의 명령에 더 철저히 복무하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각 기관의 권한을 조정하고 배분하거나 법과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해 왔다”면서 “이제 남은 과제들의 완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합심해 인권보장 규정을 마련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며 “앞으로 국가수사 총역량을 감소시키지 않고 유지해 나가면서 인권 친화적 수사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은 당·정·청의 노력으로 속도가 나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무리를 잘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에 대해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수사역량 제고를 위해 매우 면밀하게 설계돼야 할 조직”이라면서 “국민이 경찰 수사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완결성을 높여 출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은 자치경찰제의 시행에 발맞춰 분권의 가치에 입각한 치안시스템도 안착시켜야 한다”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를 명확히 나눠 지휘감독체계를 정립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경찰과 자치경찰 사무간 유기적 수행도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대북·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서 오직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 들어 달라진 국정원 위상을 보면 정보기관의 본분에 충실할 떄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고 소속원의 자부심도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국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조속히 출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합심하고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에도 힘을 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반대 기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체계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70년 이상 된 제도를 바꾸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고 관련 기관이 방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을 상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떼는 첫걸음이 신뢰를 키운다면 우리는 더욱 발걸음 재촉할 수 있다”면서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힘 있게 추진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개혁을 이끌며 국민 일상을 지켜준 여러분의 노고를 높이 치하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권력기관의 노고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경찰, 검찰, 국정원이 최선을 다해줬다”면서 “경찰과 검찰은 지자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적극행정을 통해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해 엄정하게 대처했다”면서 “국정원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각국의 발병과 대응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우리 교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회의 발언보다 추 장관과 회의장에 나란히 입장하는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장관은 행사장 바깥에서 대통령 영접 목적으로 대기하다가 만나서 들어온 것”이라며 “문 대통령 영접은 혼자한 게 아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같이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영접자의 경우 청와대 인사로는 비서실장이, 내각에서는 의전서열에 따라서 영접하게 돼 있다”면서 “의전서열상 법무부 장관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장 바깥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한 후 행사장까지 입장 시간은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30초 정도 걸린다”면서 “30초 동안이라도 독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노 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동승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