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기꾼, 니콜라] ①"이런 상장기업 있을 수 없다"...'사기 투성이' 니콜라 의혹

2020-09-18 06:00
'힌덴버그 리서치', 트레버 밀턴 창업자에 "세기의 사기꾼" 비난
니콜라 "공매도 세력의 시세조종 시도" 맞불…GM·한화에도 불똥

'제2의 테슬라'라는 찬사를 받던 미국의 전기 수소차 업체 '니콜라'가 사기 투성이라는 의혹이 나오며, 충격이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다. 니콜라는 일종의 '공매도 작전'으로 규정했지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제너럴모터스(GM)와 한화에도 불똥이 튀기고 있다. 
 

''니콜라원 인 모션' 영상 모습. [사진=유튜브/니콜라]

 
"이런 상장기업 있을 수 없다"...니콜라 '사기 투성이' 의혹
사태의 시작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금융 분석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는 어떻게 거짓말을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바꿔치기 했는가?'라는 보고서를 공개한 데서 시작한다.

이날 힌덴버그 측은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립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10년 동안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아온 사기꾼"이라면서 "2014년 설립된 니콜라엔 아직까지도 수소 배터리를 비롯해 수소 전기차를 제조할 기술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8일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한 곳인 GM이 니콜라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발표한 뒤라 시장에서 니콜라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져 있던 터라 투자자들은 큰 혼란과 충격에 빠졌다.

보고서는 "상장 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거짓말과 속임수를 본 적이 없다"면서 "니콜라는 트레버 밀턴 창립자 겸 이사회 의장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사례"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지난 2018년 1월 니콜라가 수소 트럭의 주행 모습을 공개했던 '니콜라원 인 모션' 홍보영상이 조작됐다는 폭로였다.

힌덴버그 측은 전 직원에게 케빈 링크 니콜라 책임 엔지니어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제시하며 해당 영상이 "트럭을 외진 도로의 언덕 꼭대기로 견인한 후,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에서 미국 유타주의 한 도로를 매끈하게 달려가는 니콜라원의 모습에 그간 '수소차'의 가능성을 의심하던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페이스북에서만 23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니콜라가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한 수소 트럭 모델인 '니콜라원'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차체만 개조한 것이며 거짓으로 '수소차'로 둔갑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니콜라가 공개 행사 직전 니콜라원 시제품에 수소를 의미하는 'H2' 마크를 새겨넣었지만, 실상은 기어와 모터, 수소 연료전지가 빠져있었고 별도의 케이블을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고 시동을 거는 척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밀턴 의장은 당시 "트럭이 '수소를 통해' 완전히 작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힌덴버그는 이어 지난 7월 밀턴 의장이 "5대의 모델 트럭을 독일에서 생산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생산자인 독일 보쉬 측은 생산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니콜라의 "피닉스 본사에서 하루 1000㎏의 수소를 생산 중이며 향후 미국 전역에 700개의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수소 공급 계획도 사실상 날조라고 비난했다.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 기반 모빌리티 생태계 성공의 관건은 수소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통에 달려있는데, 니콜라는 사실상 수소 공급을 위한 아무런 대비책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작전세력의 시세조종 시도"···GM·한화에도 불똥
보고서 공개 직후 밀턴 의장과 니콜라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니콜라는 힌덴버그를 "잘못된 정보로 시세 조종을 시도하려는 공매도 세력"으로 규정하고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몇몇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검증을 받았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실제 힌덴버그 리서치는 본업인 금융 분석 분야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공매도 투자자로서는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힌덴버그는 지난 4월 당시에도 '프리딕티브 테크놀로지'과 'SC웍스' 등의 회계부정과 경영진의 사기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결국 거래 정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업체인 이들 기업은 앞서 3월 "대량의 혈청검사 키트를 즉각 배포할 여력이 있다"고 발표했고, 당시 각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12%와 100.5% 폭등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투자사들의 1차 검증을 거친 니콜라의 기술 수준이 완전히 맹탕일 순 없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대규모 투자사인 GM과 한화 등도 불똥을 피해갈 순 없었다.

앞서 니콜라와 제휴를 맺고 향후 30억 달러가량의 현물 투자를 결정했던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열린 RBC 캐피탈 마켓 콘퍼런스에서 "매우 유능한 팀이 적절한 실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GM 측은 "사업 및 법률·기술적 문제와 관련해 철저히 검토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실사 과정을 거쳤는지 밝히지 않아 비판받고 있다.

GM의 주가는 니콜라의 영향으로 지난 8일 전장 대비 7.93% 급등했지만, 10일에는 5.57%나 다시 주저앉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각각 5000만 달러씩을 투자해 니콜라의 지분 6.1%를 사들인 우리나라의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도 난처한 상황이다. 비상장사인 이들 기업의 모기업 ㈜한화의 주가는 우리 시각 11일 4.64% 급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힌데버그 리서치가 제기한 니콜라원 의혹. 2016년 니콜라 측은 니콜라원 공개 행사에서 차제에 수소를 의미하는 'H2'를 새겨넣었고 동력 제공선을 차체 밑에 숨겨뒀다. [사진=힌덴버그 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