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부터 '실크'까지…마블, '아시아' 히어로를 주목하다

2020-09-10 00:01

마블 히어로 무비 '이터널스' 주역들 [[사진=마블 스튜디오]]

영화 '블랙 팬서'를 기점으로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에 변화가 생겼다. 그간 히어로 무비의 주인공은 '백인 배우'가 도맡았지만, 영화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종의 히어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마블 페이즈4의 경우, 아시아계 히어로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먼저 마블 스튜디오는 페이즈4 라인업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마블 히어로들을 소개했다. 영화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이터널스' '샹치' '스파이더맨3' '토르: 러브 앤 썬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작품은 영화 '이터널스'와 '샹치'다. MCU에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이자, 다양한 인종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 '이터널스'는 수백만 년 전 인류를 실험하기 위해 지구로 온 셀레스티얼이 만든 우주 에너지를 정식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불사의 종족 이터널스가 빌런데비안츠와 맞서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1976년 출간 잭 커비의 코믹북을 원작으로 하며, '로데오 카우보이' '노마드 랜드'를 연출한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성이 강조된 히어로가 대거 출연한다. 파키스탄 출신인 쿠마일 난지아니, 멕시코계인 셀마 헤이엑, 아프리카계 흑인인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그리고 한국계인 마동석이 출연하며 성 소수자 슈퍼 히어로 파스토스와, 청각 장애를 가진 슈퍼 히어로인 마카리의 이야기도 다룬다.

남다른 '마블 사랑'을 자랑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마동석의 출연 소식은 기념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마동석은 극 중 건강한 체구와 초인적인 힘을 자랑하는 길가메시를 연기한다. 토르, 헤라클래스 등과 맞먹는 전투력을 가진 불멸의 캐릭터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이터널스'는 동서양의 결합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 사람은 이 민족' '저 사람은 저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한 가족이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라며 작품 속 다양한 인종, 성향의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에 관해 설명했다.

영화 '이터널스'는 올해 11월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로 내년 2월로 개봉을 미뤘다.

영화 '샹치'도 아시아계 히어로가 출연한다. 초능력은 없지만 놀라운 쿵푸 실력과 기를 다스리는 능력으로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쿵푸 히어로 샹치의 이야기를 담는다.

1973년 마블 코믹스 '스페셜 마블 에디션#15'에서 첫 등장한 캐릭터. 악당 푸 만추의 아들인 샹치는 아버지의 악행에 반발해 히어로로 활약한다.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영국 정보국 MI6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으며 스파이더맨에게 무술을 가르치거나 어벤져스에 합류하기도 하는 등 활약을 펼친다.

당시 코믹스 속 샹치는 1970년대풍 무협 스타일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현대적 미적 감각과 상식으로 재해석, 캐릭터를 탄생시킬 것으로 예고됐다.

영화 '샹치'는 '더 클래스 캐슬' '숏텀' '아임 낫 어 힙스터' 등을 만든 데스틴 크리튼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미국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정 역으로 유명한 시무 리우가 샹치 역을 맡았고 '색, 계' '무간도' '화양연화' 양조위가 빌런 만다린 역을 연기한다.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었으나 지난 3월 데스틴 크리튼 감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제작이 일시 중단됐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아 중지되었던 촬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마블 '실크' 주인공 후보로 언급되는 배우 박소담, 수지[사진=유대길 기자]


이 가운데 소니픽쳐스는 마블 코믹스 '실크'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마블 코믹스의 '실크'는 한국계 여성 슈퍼 히어로다. 지난 2014년 5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Vol 3 #1'에서 첫 등장 하며 팬덤을 형성했다. 벽에 달라붙는 능력, 날카로운 손톱, 손가락 끝에서 거미줄을 만들어내며 스파이더맨의 행방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Atypical)'의 각본을 쓴 한국계 미국인 로렌 문이 각본을 맡았고,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제작한 필 로드, 크리스 밀러가 제작 총지휘를 맡는다.

국내외 언론들은 '실크' 캐스팅을 두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지난 7일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는 실크 역을 두고 한국 배우 박소담과 수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속 귀신 들린 소녀 영신 역과, '기생충' 기정 역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과 국제적 명성을 얻은 박소담이 '실크' 역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였다.

또 수지에 관해서는 "K-POP 그룹 'Miss A'로 유명해졌고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되었다"며 "아직 할리우드에 데뷔하진 않았지만,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크린랜트는 '언어 장벽'으로 두 배우 캐스팅에 걸림돌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중국계 미국 배우 티파니에스펜슨, 한국계 미국 배우 아덴 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의 베트남계 배우 라나 콘도르도 후보 물망에 올랐다.

영화 '이터널스'부터 '실크'까지.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 속 다양한 인종의 히어로가 등장,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 아시아계 히어로들이 13억415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둔 영화 '블랙 팬서'의 뒤를 따를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