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픽게임즈 반소...인앱 결제 수수료 분쟁, 진흙탕 싸움으로
2020-09-09 14:34
애플, 에픽게임즈 반소..."평판 훼손으로 피해 심각"
미국 스마트폰 공룡 애플과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수수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에픽게임즈를 반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에픽게임즈가 지난달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30% 결제 수수료에 불만을 갖고 이들의 앱 배포 독점권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자 애플이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전 세계 앱 결제 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수수료 분쟁은 지난달 에픽게임즈가 자사 최고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에 자체적인 인앱 결제 방식을 도입한 뒤 시작됐다.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30% 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애플과 구글이 계약 위반을 이유로 앱스토어와 구글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하자 에픽게임즈는 두 공룡이 앱 배포 독점권을 행사하면서 앱 개발사들에 불합리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애플과 구글을 "만족을 모르는 탐욕의 중개인"으로 묘사하면서 "앱 개발자들의 단물을 뽑아먹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애플도 반소를 통해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에픽게임즈가 마치 앱 개발자들을 대변하는 정의의 용사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은 애플이 제공하는 엄청난 혜택은 누리면서 그 대가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행태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애플은 포트나이트가 2018년 앱스토에 등록된 뒤 6억달러(약 7130억원) 넘게 벌었고 다른 어떤 개발자보다 애플의 지원과 서비스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수단을 도입한 건 '절도'나 마찬가지며 에픽게임즈과 분쟁을 시작한 뒤 소비자 평판이 훼손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도 했다.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되면서 기존에 포트나이트를 다운 받은 사용자들은 게임을 계속할 수 있으나 업데이트 버전에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게임 상대는 iOS(아이폰 운영체제)를 이용자들에 국한된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3D게임 제작도구인 '언리얼엔진' 배포도 중단하려 했지만 에픽게임스가 법원으로부터 임시제한명령을 얻어 가까스로 막은 상태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엔진은 에픽게임즈 사업의 양대 축이다.
이번 소송에 이목이 쏠리는 건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앱 결제 시장이 지각변동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WSJ은 세계 앱 결제 시장 규모가 중국을 제외하고 연간 850억달러(약 101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만일 애플이 패소할 경우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앱 개발사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수입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리서치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7월 애플은 앱스토어 인앱 결제, 구독, 프리미엄 앱을 통해 약 390억달러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