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공급계획] '알짜' 태릉·과천청사 빠진 사전청약…"내년 하반기 추가"

2020-09-08 14:10
지자체 반발 계속…국토부 "차질 없이 진행"
매수심리 꺾였지만…임대시장 안정화는 '글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사전청약 대상지에 당초 예상했던 태릉CC와 과천청사 부지 등이 제외되면서 기대감이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가 원하는 서울 중심지 공급 부재로 실패했던 그간의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8·4 대책의 후속조치로 2021년 7월 이후 실시될 공공분양주택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실시계획을 8일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권 부지 중 '알짜'로 평가받는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부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8·4 대책 당시 정부는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 4000가구, 용산 캠프킴에 300가구 공급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측은 "태릉골프장은 2021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부지는 청사활용계획 수립 후, 용산 캠프킴은 미군 반환 후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사전청약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지역 빠진 '반쪽짜리' 사전청약

3기 신도시 물량이 상당수 포함됐지만 시장의 관심이 높은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역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사전청약이 됐다는 반응이다.

직방이 앱 이용자 17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4 공급대책 추가지역 중 청약 의사가 가장 높은 지역은 용산 캠프킴(19.9%)이었다. 이어 △상암 DMC 미매각 부지(18.6%) △문정 미매각 부지(16.1%) △정부 과천청사 일대(14.4%) △서울지방조달청(13.0%) 순으로 청약 의사가 높았다.

정부의 사전청약 물량에서 내년 하반기 물량 중 서울 물량은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 200가구가 유일하다.

결국,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부지를 선정해 발표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릉골프장은 가장 공급 규모가 크지만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과천청사와 상암 등 다른 지역도 지역주민들이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핵심지역의 사전청약 일정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행 여부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사전청약 계획 발표 후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8·4 대책에서 발표됐던 지구들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지자체 반발로 사업추진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업 추진 계획을 완료한 뒤 해당 지역에 대해 내년 하반기에는 청약에 나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매수심리 꺾여··· 임대시장 불안은 지속"

일단 전문가들은 공급 시기를 앞당기면서 매수심리를 꺾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체 반발에 맞서기보다 당장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사전청약 대상지가 계획된 것은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패닉바잉 수요층이었던 30~40대가 합리적인 분양가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전청약에 관심을 보이면서 주택수요 쏠림현상을 분산하게 될 것"이라며 "주거선호와 정비사업 정체로 집값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의 주택 수요 및 쏠림현상을 경기권으로 일부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시장 안정화 대책이 빠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도 전·월세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인데, 추가로 공급한 주택 청약 당첨자들 대다수가 임대시장으로 몰리면 폭등세가 자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가 부족하면 준전세나 월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만약 정부 사정에 의해 입주가 지연되면 당첨자들은 임대료를 기약없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착공하기도 전에 미리 분양하는 사전청약의 경우 실제 입주까지 짧게는 3년에서 최대 4~5년까지 걸리기에 수급문제뿐 아니라 임대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임대시장을 보면 전세 수요가 공급에 비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월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지난달 기준 115.4를 기록,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0에서 200까지 산출하는 이 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공급량이 수요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임대시장에서 특히 전세매물 감소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인과 임대주택사업자를 규제하는 등 최근 정책이 모두 임대시장 매물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를 규제한 결과 임대시장의 공급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막대한 새 아파트 청약까지 풀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