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탁시장서 배우자] '신탁 강국' 만든 포괄신탁...한국은 0.04% 불과

2020-09-08 08:23
10년간 2배 성장 7300조원...전체는 1경3500조원
韓, 합동운용 금지 탓 미미..."신탁 효율성 떨어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신탁시장을 이끌고 있는 '포괄신탁'이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성장하며 7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포괄신탁은 과도한 규제에 막혀 전체의 0.04% 수준인 4700억원에 그친다.

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신탁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05조6000억엔(약 1경3500조원)으로, 일본 GDP의 220%에 달한다.

부문별로 보면 포괄신탁이 651조9000억엔(약 7296조7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금전신탁은 494조1000억엔(41%), 재산신탁은 59조6000억엔(5%)이다.

특히 포괄신탁은 2009년 350조1000억엔에서 10년 만에 8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금전신탁이 51% 늘었지만 포괄신탁에는 미치지 못했다. 재산신탁은 오히려 32% 감소했다. 포괄신탁은 금전, 부동산 등 여러 재산을 통합해 하나의 상품으로 설정하는 신탁이다.

이는 한국 신탁시장과 정반대 모습이다. 한국은 금전신탁과 재산신탁으로 철저히 양분돼 있다. 이 둘을 합친 개념의 포괄신탁은 전체의 0.1%도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포괄신탁이 신탁시장 전체를 이끌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신탁시장 규모는 1006조7299억원인데, 금전신탁(495조1322억원)이 49%, 재산신탁(511조1231억원)이 51%를 차지한다. 일본의 포괄신탁에 해당하는 종합재산신탁이 있지만, 6월 말 기준 수탁액은 4683억원으로 전체의 0.04%에 그친다.

금전신탁은 오로지 돈을 맡기는 것이다. 부동산, 동산, 증권 등 돈 이외의 것들을 맡기는 게 재산신탁이다. 신탁을 구성할 때는 돈,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한번에 약정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재산이 많이 담길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다.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유용하다. 일본에선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등 포괄신탁 종류가 많다. 누적 계약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모두 고령층에 특화된 상품으로,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에서 신탁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은 규제 탓에 여러 재산을 한꺼번에 맡기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합동운용이 금지돼 있어 소액신탁이라도 재산별로 가입해야 한다. 종합재산신탁은 금전 비율이 40% 이하여야 약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과 같이 금전,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을 조금씩 신탁할 때에도 요건에 미달되면 합동운용이 금지돼 신탁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신탁시장 문턱을 낮추고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선 종합재산신탁을 확대할 만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