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남북 주도 CVIP 시대 열자"…통일부 "평화 필요성 강조"

2020-09-07 11:29
CVIP, 2018년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언급으로 주목
美 '냉전동맹' 지적엔 "평화동맹 진화 기대 취지 발언"

통일부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CVIP(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Peace)’에 대해 “평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7일 오전부터 진행 중인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남북이 주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CVIP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반세기를 넘는 분단구조를 허물기 위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발전을 견고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오전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 유튜브 영상 캡처]


통일부에 따르면 CVIP는 지난 2018년 5월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신(新)동북아 질서’ 주체 포럼에서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 전 국회의장은 “북핵 문제 원칙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 약칭해 부르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CVID를 넘어 CVIP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 대변인은 “CVID가 2002년도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CVI 시리즈가 있었다”면서 CVIN(완전한 비핵화 시 미국과 북한 관계 완전히 정상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Normalization), CVIG(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체제안전보장·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CVIP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CVIP는 평화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남북 대화의 장을 열겠다고 다짐하며 남북-북·미 선순환 구조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면, 회복된 신뢰를 토대로 더 큰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겠다”면서 “남북은 호혜적 협력을 통해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북·미 비핵화 대화의 큰 흐름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여 대변인은 미국 국무부가 지적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동맹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동맹으로 진화할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NCCK 예방에서 나온 발언은 냉전 시대에 출발한 한미 동맹이 군사 동맹에서 출발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추구라는 가치동맹으로 발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우리(한·미)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협력을 넘어선다”면서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 안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 장관이 지난 2일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나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선 군사 동맹과 냉전 동맹을 탈피해서 평화 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한·미동맹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고 반박한 셈이다.

미국이 동맹국 장관 발언을 직접 논평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미·중 패권 전쟁 속 미국이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속내가 포함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