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美 흔드는 인종차별] 대선전 변수 부상…트럼프 vs 바이든 '극과 극' 행보

2020-09-07 06:00
트럼프 시위대 공격하며 지지층 결집 나서
흑인 러닝메이트 바이든 '위로와 공감' 전략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지난 5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태의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차별 시위 뒤에도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이어지면서, 인종차별은 11월 대선을 앞둔 양당 후보에게 가장 큰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인종차별 시위는 향후 선거의 판을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종차별 시위를 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내세우면서 인종차별 시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위대를 폭력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백인이 다수인 본인 지지층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블레이크가 경찰의 총격 이후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 방문을 강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와 민주당을 계속 연결하면서, 인종차별 시위에 대해 평화적 항의 행위가 아니라 ‘국내 테러(domestic terror)’라고 비난했다.

커노샤에서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해 자기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두둔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산하 기구들이 진행하는 인종 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의 개편마저 추진하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통해 이러한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의 예산 투입을 중단하도록 전달한 것이다.

보트 국장에게 전한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 금지 프로그램을 분열적이며, 반미국적인 '정치적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해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강경 조처를 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마이클 코언은 오는 8일 출간되는 책 '불충한, 회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유색인종들에 대해 "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발언하거나, "난 히스패닉 표는 얻지 못할 것"이라며 "흑인들처럼 그들은 너무 멍청해 내게 투표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회고록에 적혀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보도했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는 인종차별 시위대와 흑인 유권자들을 감싸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총에 맞았던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들을 만나고 병상에 있는 블레이크와 통화를 했다.

바이든은 블레이크 가족을 만난 뒤 커노샤시에서 가진 연설에서 “다시 걷게 되든 그렇지 않든 어떤 것도 블레이크를 멈출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레이크의 가족들이 엄청난 회복력과 낙관주의를 보여줬다고 격려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우선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방문한 커노샤 교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극우세력이 주도한 샬러츠빌 유혈 충돌사태 당시 양비론을 펴면서 백인우월주의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한 적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와 폭력을 부추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후보는 교육, 경제, 형사사법 제도상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바이든 후보는 앞으로도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더 날카롭게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