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가치 ‘고공행진’ 배경은…‘경제회복’ vs ’의도적 용인’

2020-09-04 17:14
미중 언론 엇갈린 해석 내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회복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국 당국이 소비 증가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中 "달러약세, 경기회복, 해외자본 유입이 위안화 강세 이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359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전날에 비해 0.06% 소폭 절하된 것이지만, 7.13위안대까지 치솟았던 지난 5월 말에 비하면 5%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위안화 강세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고 중국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최근 들어 달러는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는 92.37로 전월 대비 0.7%나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도 위안화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1분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6.8%로 추락했으나 2분기 3.2% 성장하며 플러스로 전환됐다.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와 경제 분석 기관들도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을 점쳤다.

JP모건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1.3%에서 현재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영국계 은행인 HSBC도 중국의 올해 GDP증가율 예상치를 1.7%에서 2.4%로 높였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이 올해 성장이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라고 진단했다.

해외 자본의 중국 시장 유입도 최근 위안화 강세의 이유다. 첸하이카이위안펀드(前海源基金)의 양더룽(楊德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中, 수입 물가 낮추고 소비 증가 위해 위안화 강세 허용"
반면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일부러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 수출기업과 제조업체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위안화 강세를 용인 하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해외에서 제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소비 상승에도 도움을 준다. 

코로나19 이후 생산과 투자 등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지만, 소비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소비 지표를 나타내는 월간 소매판매는 올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내수 시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중국은 최근 내수 중심의 새로운 경제 재편안인 ‘쌍순환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 중국의 미·중 1단계 무역합이 이행도 수월해진다. 중국은 지난 1월 농산물 등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한 바 있다.

켄청 미즈호증권 외환 스트레티지스트는 "위안화 강세는 수입을 자극하고 국내 소비 시장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콩 소재 DBS의 토미 옹 국채시장 담당 이사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로 달러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고, 위안화 강세는 현재로서 중국 경제 성장 모델에 더 적합하다”며 “올해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은 6.7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