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 미·중 갈등에 ​"美 안보, 中 경제 함께가야"

2020-09-04 09:01
"韓 지정한 특수성 고려, 안보·경제 같이 가야"
앞서 "韓, 미·중 간 선택 가능" 발언 美서 논란
"북한, 11월 미국 대선 결과 기다리는 것 같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며 미·중 갈등 속 안보와 경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고, 중국은 한국의 경제 파트너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3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 행사에 “양국(미·중)과 협력하면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이 위치를 정해야 하는지는 한국 정부에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중 간 경쟁이 심화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며 활용 방안에 따라 강점도 약점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사는 “한국 정부의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아주 첨예한 논쟁이 있다.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면서 “이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는 한·미 동맹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보와 경제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해 미·중 사이에서 협력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과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사는 “아주 강력하고 건강한 동맹”이라며 현재 한미는 사회·정치·경제적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등 여러 사안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사는 지난 6월 미·중 갈등에 대해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이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는 입장을 내고,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편 이 대사는 이날 화상 대담에서 북한에 대해 “11월 미국 대선을 기다리는 것 같다”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의 10월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6·25 전쟁 70주년인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국전쟁참전기념공원에서 헌화를 마치고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