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힘센엔진, 하도급업체 기술 아냐"···공정위에 행정 소송 준비

2020-09-03 17:56
사내소식지 통해 공정위 조치·하도급업체 비판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원 규모의 과징금 조치를 받은 현대중공업이 행정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어 무작정 과징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같은 사안으로 2017년부터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3일 현대중공업 사내소식지에는 최근 공정위의 조치를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논란의 소재인 힘센엔진을 놓고 '우리 회사가 1000억원 이상의 비용과 10여년의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이나 하도급업체가 자신이 개발했다는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해당 글의 게시자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사전 품질관리 계획서 등의 자료는 기술 탈취와 무관한 품질관리 목적의 자료이며, 회사는 공정위의 기술 자료 유용 판단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달 27일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내린 시정명령·과징금 조치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반발로 분석된다.

지난달 공정위는 2015년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인 A사에 피스톤 관련 기술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뒤 이를 확보해 경쟁업체인 B사에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피스톤 관련 기술은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기술 자료를 확보한 현대중공업이 A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3개월 동안 11% 단가를 인하했음에도, A사와 거래를 중단하고 B사 등 다른 업체와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최고 상한액인 10억원에 가까운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액수다.

이 같은 과징금 조치에 현대중공업 내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으로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징금 조치가 내려진 탓이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치에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경우 힘센엔진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위 조치에 대한 대응 여부를 조만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의 발표를 통해 과징금 조치 등을 먼저 공개되기는 했으나 아직 공식 문서가 회사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로부터 서류를 받는 즉시 행정소송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내소식지 내용과는 별개로 아직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식 문서를 받아야 행정소송을 포함해 대응방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