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국유은행 순익 두 자릿수 하락 “사상 최악의 실적”
2020-08-31 18:02
공상·중국·농업 건설은행, 상반기 수익 모두 두 자릿수 감소
코로나19 경기부양 탓… 부실대출도 빠르게 늘어나
코로나19 경기부양 탓… 부실대출도 빠르게 늘어나
31일 중국신문망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인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은 전날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498억 위안(약 25조9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농업은행의 순이익은 10.38% 줄어든 1088억3000만 위안이었다. 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의 순익도 각각 10.77%, 11.22% 쪼그라든 1389억4000만 위안, 1078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의 순익이 모두 10% 이상씩 감소한 셈이다. 장기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중국 국유은행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경기둔화 여파로 몇 차례 수익 감소를 겪긴 했지만, 두 자릿수 감소는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건설은행을 제외한 공상·농업·중국은행 수익 감소폭은 기업공개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1분기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던 순익 증가율이 2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당국이 중소기업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상환 연장을 허용한 여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덜기 위한 조치였다. 블룸버그는 "당국 요청으로 중국 4대 은행의 대출은 상반기 은행별로 7%에서 10% 증가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정책으로 4대 은행이 포기한 수익이 1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부실대출 비율도 증가했다. 공상은행의 상반기 부실대출 비율은 1.5%로 지난해 말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건설은행과 농업은행, 중국은행 부실대출 비율도 각각 지난해 말에 비해 0.07%, 0.03%,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들 네 은행이 돈이 떼일 때를 대비해 쌓아 둔 대손충당금도 적은 곳은 27%에서 많은 곳은 97%씩 급증했다.
대형 은행뿐 아니라 중국 시중은행 1000여곳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24% 정도 줄었고, 부실대출 규모도 2조7000억 위안까지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중국 은행권 부진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비심리 위축 속 부실대출 압박으로 중국 은행들의 수익 악화는 하반기 더 뚜렷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시티그룹은 지난달 중국 주요 은행의 2020~2022년 실적 전망치를 10% 포인트 떨어뜨리고, 올해 평균 13%의 순익 감소를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행들이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대출 수익률을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수진 첸 애널리스트도 “최악의 경우 올해 중국은행들의 수익은 20~25%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수익의 추가 감소세는 은행 자본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중국 금융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국 은행권의 수익 악화는 단기적 현상일 뿐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완훙위안(申萬宏源)증권의 마쿤펑(馬鲲鵬) 애널리스트는 “은행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중국 대형 은행들은 수익 악화 압박에서 빠르게 벗어날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