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내 다시 점화된 한류 '선봉은 K팝'

2020-08-31 12:17

다시 '일본'이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전 세계를 조준하며 K팝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대륙 간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 옆 나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K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니쥬'의 사례를 시작으로 K팝 아이돌 시스템 플랫폼 수출이 향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사진= 아주경제 DB]

◆ 일본인 멤버로 자연스럽게···'현지화 노린다'
음악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성이 좋다”고 전한다.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를 가진 음반시장이다. 음원 소비뿐 아니라 판매 단가가 높은 실물 앨범 판매량도 많다. 가요기획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극대화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팬들의 충성도도 높다.

각종 MD(머천다이즈) 상품 구매율도 높다. 공연장에 온 팬들이 준비해놓은 대부분의 MD를 구매하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알짜 시장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후 일본 젊은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주연 배우인 현빈인 일본 유력 잡지의 메인 모델로 등장하는 등 1차 ‘겨울연가’의 욘사마(배용준), 2차 ‘미남이시네요’의 근짱(장근석)에 이어 3차 한류 붐이 일고 있는 것 역시 K팝의 일본 시장 진출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일본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 더 저니~'는 현지 오리콘차트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 중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렸다. 그룹 '트와이스'와 '세븐틴' 등도 최근 일본 음반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나라 멤버들로만 구성된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대체로 일본인 멤버가 포함됐을 경우 인기 시너지가 배가 된다. 
 
일본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트와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사나, 모모, 미나 등 3명의 일본인 멤버는 현지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사쿠라, 나코, 히토미 등 일본인 멤버 3명이 포함된 프로젝트 한일 걸그룹 '아이즈원'은 트와이스의 열풍을 잇고 있다.
 
현재 눈여겨볼 만한 성공 사례는 '니쥬'다. 니쥬는 한국의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소니뮤직이 개최한 초대형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이다. 마코, 리쿠, 리마, 리오, 마야, 미이히, 마유카, 아야카, 니나 등 총 9명의 일본인 멤버로 이뤄졌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니쥬' 한국형 걸그룹 육성 시스템 성공 사례 
JYP 수장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메이크 유 해피'를 내세운 앨범은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에서 1위를 휩쓰는 등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부에서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니쥬가 'K팝 걸그룹'이냐는 이견을 내놓는 등 한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니쥬는 트와이스의 분위기를 잇는, 누가 봐도 '박진영표 걸그룹'이다.

JYP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팝의 현지화에 앞장서 온 팀이다. 니쥬에 앞서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을 녹인 중국 그룹 '보이스토리'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단지 K팝 가수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에 K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일부에서는 한국 대기업이 현지에서 공장을 세우는 것과도 비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나라별로 인력 이동과 교류의 불안전성에 대해 민감해진 때라, 현지 인력 위주로 K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니쥬 같은 성공사례는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소니 뮤직과 손잡고 기획한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는 일본판 트와이스 데뷔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시스템이 일본 현지에 녹아든 것이다. 트와이스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멤버 구성을 했듯 니지 프로젝트도 지난 4월부터 니혼테레비(NTV)를 통해 데뷔 과정을 중계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니쥬(NijiU)는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지만 한국 걸그룹과 큰 차이가 없다. 정식 데뷔에 앞서 지난 6월 30일 발매한 디지털 미니 앨범 ‘메이크 유 해피’는 지난달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심사를 진행하면서 출연자에게 한 말이 반향을 일으킨 것도 니쥬의 인기에 한몫했다. 그는 “재능은 꿈을 이뤄주지 않습니다. 과정이 결과를 만들고, 태도가 성과를 만듭니다” “단점이 없는 것보다 특별한 장점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합니다” 같은 말이 주목을 받으며 일본 내에서 ‘이상적인 상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트레저·아이랜드 등 日 겨냥 신인 그룹 '속속'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걸그룹의 경우 일본 걸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강하고,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운다"며 "소극적이고 완성되지 못한 모습으로 데뷔해 점차 성장형 스토리를 이뤄가는 일본 걸그룹에 비해 힘차고 당당한 K팝 스타일의 걸그룹이 현대 여성들의 모습과 닮아가며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신인그룹까지 일본 내 K팝의 인기를 이어받는 분위기다. 일본인 멤버 4명이 포함된 트레저는 데뷔 전부터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YG는 그룹 '빅뱅' '위너' '아이콘' 등으로 현지에서 팬층을 확보한 엔터테인먼트사다. 일부에서는 트레저가 신인그룹으로 일본에서 각종 기록을 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YG는 "트레저는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발표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면서 "12인 멤버 중 4명이 일본 출신이라는 점 역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일본 음악 시장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트레저에 일본인 멤버가 다수 포함된 점은 한류에 다시 불붙은 일본 내에서 안정적으로 인기 가도를 달릴 수 있는 핵심이 됐다.

최대 음원 사이트인 라인뮤직 송 톱100 일간 차트에서 상승세를 타던 트레저는 정상까지 올라 최근 며칠간 이를 유지했다. 라인뮤직, 라쿠텐 뮤직, AWA 등 일본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랭킹 및 급상승 차트에서 1위를 거둔 것에 이어 꾸준한 음원 호성적으로 일본 내 인기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뭉친 레이블 '빌리프랩'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엠넷의 보이그룹 결성 프로그램 '아이랜드'에는 참여한 일본인 연습생 케이, 니키, 타키의 인기도 상당하다. 

현재 케이, 니키, 타키의 활약으로 아이랜드에 대한 일본 내 관심도 큰 편이다. 이들이 데뷔할 경우 일본에서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