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사건' 칼빼든 문체부, 방패든 대한체육회

2020-08-28 17:56
문체부 브리핑 통해 대한체육회에 '징계·경고' 요청
대한체육회 브리핑 직후 입장문 발표 '이의신청'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左)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右)[사진=연합뉴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칼을 빼들었다. 칼끝은 방패를 든 대한체육회를 향했다.

28일 문체부는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사건' 관련 특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리핑에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 단체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과 부실 조사로 선수가 적기에 필요한 구제를 받지 못했다"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한체육회 회장에 엄중히 경고하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의 해임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문체부 특별조사단이 내놓은 결과다.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일부터 '고(故) 최숙현 사망 사건'과 관련된 30여 명을 조사했다.

문체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두 사람에게 책임 소재가 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바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다. 회장에게는 엄중 경고를 내렸고, 사무총장은 해고하라고 요구한 것.

아울러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 3명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와 징계를, 상담 과정에서 미숙함을 보인 클린스포츠센터의 센터장 등에게는 징계를 요구했다.

물론 문체부 내부에서도 징계가 있었다. 대한체육회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소홀히 한 문체부 체육국장을 보직해임하고, 전직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에게는 주의를 줬다. 이날 문체부 내부에서는 바로 인사가 났다. 이영열 체육국장의 빈 자리는 오는 31일부터 유병채 신임 체육국장이 채우게 됐다.

이어 문체부는 스포츠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해 스포츠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 7가지 강화 방책과 스포츠윤리센터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은 "이번 조사로 선수들이 겪는 체육 현장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현장과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문체부 브리핑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를 온전히 받아드리지 않았다. 과실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및 인사위원회를 거쳐 자체적인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특별조사단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지적 항목 중 조사 업무 태만, 스포츠 인권 보호 관련 대책 이행 부실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대한체육회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입장문에서는 "이는 책임 회피가 아닌, 감사 처분요구에 있어 수감자 및 피징계자가 관련 내용을 동의하고 처벌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문체부에 대한 이의신청은 향후 행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