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맞서 화력 높이는 中 국가대계

2020-08-27 07:29
창장삼각주·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 개발 '속도'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극복할 ‘카드’

미국의 중국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국가대계’ 사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당국은 창장(長江·양쯔강)삼각주 일체화를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며, 광둥성·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하는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도 꾸준히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극복할 깜짝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안후이성을 시찰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

◆習 안후이성 찾아 '창장삼각주 일체화' 추진 강조 

시 주석은 최근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열린 창장삼각주 일체화 추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창장삼각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연설을 했다.

그는 “창장삼각주가 중국 경제사회 발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세와 요구에 맞는 일체화와 고품질에 중점을 두고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창장삼각주 지역에는 인재가 모여 있고, 과학기술 수준이 높으며, 제조업도 발달해 있다"면서 "이런 장점을 활용해 적극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정(韓正) 중국 부총리도 자리해 창장삼각주 개발의 빠른 성과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중국 중앙정부가 창장삼각주 일체화 추진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창장삼각주 일체화 사업은 창장 하류의 경제 중심 도시인 상하이와 저장성·장쑤성·안후이성 등 세 개 지역을 메가 경제권으로 통합 발전시키는 걸 골자로 한다. 이곳의 전체 면적은 한반도보다 넓은 35만5000㎢에 달한다. 상하이를 포함한 난징, 우시, 쑤저우, 항저우, 닝보, 원저우, 허페이, 우후 등 주요 도시 29곳이 분포해 있다.

창장삼각주 발전계획이 국가급 전략으로 격상된 것은 2018년 11월부터다. 당시 열린 제1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 주석은 창장삼각주 계획의 격상 사실을 선포했고,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지난해 12월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계획의 핵심은 지역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 발전을 통해 창장삼각주를 2035년까지 중국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성장 동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자료=아주경제DB]


◆올해 창장삼각주 일체화 사업 성과 뚜렷··· 커촹반 상장 기업만 72개

사실 중국은 올 들어 적극적으로 창장삼각주 일체화 사업을 추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1~3월엔 뚜렷한 진전이 없었지만, 4월 들어 사업 진척 속도가 빨라졌다. 구체적으로 창장삼각주 일체화 시범구에 상하이 푸동 개발은행 관리본부가 설립됐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교통 인프라 건설 계획을 구체화했다. 2025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일반철도는 국토면적 1만㎢당 507㎞, 고속도로는 100㎢당 5㎞까지 연장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6월에는 상하이와 장쑤·저장을 잇는 ‘후쑤후(滬蘇湖)철도‘가 공식적인 건설 단계에 돌입했고, 창장삼각주 지역의 경찰·공무원 통합 시스템 구축에도 첫 단추가 채워졌다.

7월에는 상하이·장쑤·저장 당국이 창장삼각주 녹색통합개발시범구 개발 촉진을 위한 22개 정책과 조치를 발표했으며, 지역의 세금 징수와 행정 서비스 조치 도입을 결정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에는 창장삼각주 주택기금이 공식 조성되기도 했다.

자본시장에서의 성과도 상당하다. 중국 둥팡차이푸(東方財富)초이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범한 상하이판 ‘나스닥’에는 지난 23일 기준 159개 기업이 상장돼 있는데, 이 중 무려 72개 기업이 창장삼각주 지역에 본거지를 뒀다. 점유율로 따지면 45%에 달한다.

A주(본토 주식시장) 전체로 봐도 창장삼각주 상장사 비중은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A주에 상장된 기업은 3951개인데, 이 중 상하이가 316개, 저장성이 480개, 장쑤성이 454개, 안후이성이 117개로 총 1367개에 이른다.

쥐펑투자의 궈이밍(郭一 明) 투자자문연구원은 “커촹반 출범과 창장삼각주 일체화 계획 추진이 맞물리면서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이 빠른 시간 내 상장을 마치게 됐다”며 “이는 기술·혁신 성장에도 도움을 주고, 창장삼각주 발전을 촉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는 '선전' 중심으로 재편될 듯 

창장삼각주와 더불어 또 다른 국가대계 중 하나인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광저우, 선전, 둥관, 후이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중국 지도부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중국 기술·금융 허브로 키워 중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사실 올 들어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 추진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했다. 중국과 홍콩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홍콩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국가안전법(일명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전문직 종사자들은 해외 지역 이주를 추진했다. 게다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결정으로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홍콩의 위상이 흔들렸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 계획의 새로운 중심을 선전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이 내달 7일경 선전 경제특구 건립 40주년을 맞아 선전을 방문해 연설을 진행할 것이라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선전은 1980년 국가급 경제특구로 지정됐으며 오늘날 텐센트, DJI, 비야디, 화웨이 등 하이테크 기업을 배출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선전 경제규모는 3890억 달러로, 홍콩(3660억 달러), 싱가포르(3720억 달러)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