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기감귤 ‘풋귤’에 빠진 사연...여름철 한때 생산, 청·음료·화장품 재탄생

2020-08-25 11:51
‘세 자매네 반디농장’ 이성호 씨 “풋귤 에이드, 곧 대중화”
‘제주 이야기’ 양경월 대표 “풋귤 화장품, ‘애기감귤’로 브랜드화”

풋귤을 한 입 깨물어 봤다. 입속에 시큼하면서도 씁쓰름한 맛이 퍼지면서 상쾌했다. 풋귤 즙으로 우려낸 차는 향이 좋고 달콤했다. 풋귤 에이드를 마셨더니 갈증이 해소됐다.

몸에 좋다고 생각하니 풋귤에 자꾸 손이 갔다. 긍정적인 믿음으로 약을 먹으면 병세가 호전된다는 플라세보 효과와 다른 점은 가짜 약이 아니라 풋귤은 진짜 몸에 좋은 효능이 많다는 점이었다.

제주에서는 익지 않아 ‘미성숙과’로 불리는 풋귤은 푸른 빛이 돌아 청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는 풋귤로 청을 담그거나 차, 에이드 등 음료로 마시고 있다.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등에 탁월하다고 알려지면서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와 탈모 방지, 신경재생 효과까지 입증되면서 풋귤은 기능성 제품으로 부쩍 관심을 받게 됐다.

제주에서 1년에 딱 한 달(8~9월) 여름철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풋귤, 한때 감귤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열매솎기를 통해 버려졌던 풋귤이 귀한 몸이 된 사연을 알아봤다.
 

제주 풋귤을 수확하고 있는 농민.[사진=농촌진흥청]

“3~4년 전이었던가 가수 이효리가 제주 애월에 살 때 풋귤로 청을 담가 SNS에 올린 적 있는데 그 후로 풋귤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졌어요.”

제주 서귀포시 호건동에서 ‘세 자매네 반디농장’을 운영하는 이성호씨는 일찌감치 풋귤의 효능과 상품성을 알아보고 재배를 시작했다.

‘제주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풋귤은 8월 1일에서 9월 15일까지 생산, 유통이 가능하다.

예부터 제주에서는 풋귤처럼 미성숙 된 과일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 풋귤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단속했다. 이후 풋귤의 기능성 성분과 효능을 알아보고 제주도는 지난 2016년 조례로 정해 이 시기에만 재배 가능한 풋귤의 유통을 허용했다.

풋귤의 가치인 ‘희소성’에 눈을 뜬 셈이다.

이씨가 이 시기에 재배하는 풋귤은 1t가량, 100박스 남짓한 풋귤을 카페로 납품하고, 청을 담아 육지(도시)에 사는 고객에게 택배로 보낸다. 아직 이름만큼 덜 알려진 풋귤이지만 수요층이 꾸준하고, 단골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이씨는 “제주에서는 레모네이드 대신 풋귤 에이드를 많이 찾아요. 풋귤로 청 담그는 레시피도 소개하고, 차와 음료도 만들고 여러 기능성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풋귤은 미래 가능성이 크다고 봤어요”라고 말했다.
 

풋귤청 레시피[자료=농촌진흥청]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제주 이야기’, 이곳은 제주 화산석, 한라봉, 풋귤 등 제주 고유의 소재로 천연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양경월 제주사랑농수산 대표는 풋귤에 함유된 플라노보이드, 비타민C 등의 성분이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화장품 원료로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양 대표는 풋귤을 ‘애기감귤’이라 불렀다. 풋귤은 감귤 무게의 6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양 대표는 “애기감귤이 갖는 기능성 성분은 콜라겐을 형성해 피부벽을 튼튼히 하고, 탄력을 줘요. 앰플 세럼이란 에센스도 고농축 기능성 화장품이라 외지에서 많이 찾아요. 풋귤을 피부 미용에 좋은 ‘애기감귤’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