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가 두려운 아이돌 팬덤의 사연...화(火)를 부른다
2020-08-25 11:37
코로나19 전국적 대유행 위기가 고조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서 일부 누리꾼의 위기 의식 없는 발언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주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 짓는 중대한 고비"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시작되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는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말이다.
3단계 기준은 2주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일 때, 일일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1주일 내 2회 이상 발생할 때이다. 방역당국은 더블링 조건이 충족되면 3단계 격상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 격상이 결정되면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전면 금지된다. 전국 공공시설의 운영이 중단되고,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등 고중위험시설의 운영이 금지된다. 학교·유치원·어린이집은 원격수업만 가능하고, 공공기관(의무)과 민간기업(권고) 재택근무에 들어가야 한다.
고용지표는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신규 취업자 수는 작년 30만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10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실상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아이돌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 취미생활이 막힐 것을 두려워하는 글들이 올라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도권 집단감염 사태를 촉발한 광화문 집회가 열린 다음날인 지난 16일 네이버 지식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되면 세븐틴 같은 10인조 이상 그룹은 못 모이나요? 13명인데 온라인 팬미팅 같은 거 할 때도 모이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되면 10인 이상 아이돌 그룹 활동 중단하나요?"라는 글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글은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유해 가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누리꾼은 SNS에 "아이돌 그룹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외출은 최소화하고 마스크 꼭 끼고 손발도 잘 씻어주세요 3단계 되면 제 새끼(좋아하는 아이돌을 지칭하는 팬덤 용어)들을 못봐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3단계면 아이돌 그룹도 타격 있는건데 데뷔한지 얼만 안된 그룹 불쌍하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상당수 누리꾼은 "경제 마비를 일으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서 아이돌 그룹 활동 가능 여부를 궁금해하는 글들을 보기 화가 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의 몰지각한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이 전날(24일) "이번주가 코로나 확산세 최대 고비"라며 3단계 격상 실무준비에 착수했다는 보도 기사에는 "5단계는 없나"(pxxxxxxx), "아이유도 3단계가 한계다"(클xxx), "코로나19 방역 철저히 하면 교회 가도 되려나..."(Ixxxxxx) 등의 황당한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