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이나 디커플링' 속도…트럼프 "中과 비즈니스 할 필요없어"

2020-08-24 15:14
6월에 이어 완전한 관계 단절 재차 언급
금융까지 이미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 단절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비즈니스'를 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 단절 '디커플링'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反)중국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디커플링' 발언은 향후 양국 관계 갈등의 악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가능성을 거론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으면 미국과 중국 경제의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디커플링은 이미 시작됐다."···앞으로 더 가속할 수도

예전처럼 미·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목소리를 잃고 있다. 기드온 라흐만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현실에서 디커플링은 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기술을 넘어 금융, 제조업을 비롯해 소비재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동반자적 관계 위에서 구축한 40년간의 세계 질서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40년간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경쟁 관계였지만, 이제는 경제적 이익을 두고 다투는 정치적 라이벌이 되는 새로운 세상이 왔다는 것이다. 위챗과 틱톡과 같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이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라흐만은 "이런 반중국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정계 전반에 퍼져있는 정서이다. 미국의 규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법안은 이미 지난 5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아직 강력한 대응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을 비롯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등 미국과 각을 세우는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무역대화 돌려세운 미국···IT 전쟁 속 화웨이 대안 찾기 가속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2차 무역합의를 위한 논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8일 애리조나주 유마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현장을 방문한 트럼프는 "나는 당장 중국과 합의할 생각이 없다"면서 대화 연기를 공식화했다. 이어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다시 거론했다. 당초 양국은 8월 중순 1차 무역합의 이행 상황을 화상으로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계획은 돌연 취소됐고 고위급 회담도 연기됐다.

이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평을 통해 미국이 양국의 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중국인 대부분은 중·미 간 밀월 기간이 아예 끝나버렸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처럼 양국이 거친 말을 주고받으면서 협상의 여지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IT 기업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중국 화웨이 공급 차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화웨이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 기술을 대체할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개방형 5G 네트워크 표준인 '오랜:O-RAN(Open Radio Access Network)'을 도입해 가상 및 소프트웨어 기반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랜은 화웨이뿐 아니라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ZTE 등 하드웨어 중심 5G 기술업체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일본 유통업체 라쿠텐이 오는 9월 오랜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5G 가상화 네트워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SCMP는 덧붙였다. 이 네트워크에는 일본의 NEC(일본전기주식회사) 장비와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