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화물 나른 대형사 벤치마킹...깊어지는 먹거리 고민
2020-08-23 09:44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화물 운송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대형항공사(FSC)가 화물 부문의 활약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점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는 대형항공사 위주로 이뤄진 화물 운송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보유한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 여객기로 인천∼타이베이 노선에서 여객과 함께 원단, 의류, 전기·전자 부품류 등의 화물 수요를 유치해 운영 중이다.
B777-200ER 기종은 여객기 하부에 15여t의 화물 공간이 있는 데다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해 다른 LCC가 보유한 B737-800 기종보다 많고 다양한 종류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진에어는 앞서 3∼4월에는 인천∼타이베이 노선에서, 5월에는 인천∼클락 노선에서 각각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운영한 바 있다.
티웨이항공도 하반기 화물 운송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주항공 역시 화물 운송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다만 진에어를 제외한 나머지 LCC의 경우 소형기인 B737 기종을 운용하고 있어서 실제로 화물 수송을 통한 수익 창출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LCC는 여객 위주의 사업을 해 온 만큼 화물 운송 경험이 부족한 데다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대형항공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것처럼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실으려고 해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LCC의 2분기 화물 수송량은 제주항공 3629t, 진에어 3866t, 에어부산 3479t, 티웨이항공 3186t 등으로 대한항공(33만772t)의 1%, 아시아나항공(17만3천236t)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B737 기종은 화물 공간이 5t 안팎에 불과하고, 기계로 컨테이너째 실을 수 있는 대형 기종과 달리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화물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여객이 들어가는 노선에 화물을 유치하는 것이 그나마 수익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