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도시]100층 빌딩 시대 곧 개막...미래형 도시가 온다

2020-08-24 06:00
걸어서 20분안에 일·여가·상업·교통 등 모두 해결 가능해야
지하공간 활용도 높이고, 사람들 24시간 활동패턴 분석해 복합용도로 설계

 

[아주경제 DB]



세로도시 개발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장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수도권 전반의 교통상황이다. 도시계획이 교통과 무관하게 진행되면 미래 도시계획은 물론 당장 서울 강북이나 2기 신도시처럼 매일 출퇴근길 교통지옥이 재현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가구 구조변화, 인구고령화, 직주근접 선호현상 강화 등 다양한 사회문화현상을 고려할 때 각종 편의시설이 흩어져있는 확산형 도시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도시인구가 증가하면 교통·주차·상하수도시설 부족·보행환경 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복합고밀개발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세로개발 방점을 도심권 고밀개발에 찍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기반시설이 이미 잘 갖춰져 있고 활용 가치가 떨어진 철도나 역사, 철로 위에 주거·상업 시설 등을 세우는 게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건물을 높이 쌓아올린 만큼 저층에 공원길을 최대한 확보하고, 도심으로 유입되는 물류·화물 통행량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걸어서 20분 안에 출퇴근과 여가가 가능한 복합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과제다. 이러한 모습의 세로도시는 직주근접성을 높인 도심 복합고밀개발의 이상적 모델이다.

국토개발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서울시·SH연구원 등은 세로도시를 위한 과제로 크게 대중교통중심 개발(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복합용도개발(MXD:Mixed Use Developmen), 지하공간개발 활성화 3가지를 제시했다.

TOD는 지하철·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시설 보행거리 내에 사무실·오픈스페이스·공공시설 등 복합용도 커뮤니티를 개발하는 개념이다. MXD는 이용목적·기능·이용자·방문시간대 등이 서로 다른 공간을 하나의 단지에 배치해 건물의 기능을 상호보완하는 방법이다. 실제 교통전문가들도 주거·상업·문화·행정·업무 등 성격이 다른 건물을 집약하면 수도권 유입 교통 유발량을 낮출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하공간은 도심지의 교통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시재생 등 경제적인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지상은 도보·자전거·대중교통 중심의 녹색교통체계, 지하는 철도·지하고속도로·물류시설 중심의 유로 도로로 개편하는 식이다. 실제 중국·러시아·터키의 경우 지하도시를 군사적 방어 목적 외에 학교·교회·대도심철도 등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로도시는 저밀개발로 녹지부족, 주택부족, 교통과밀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홍콩, 미국, 유렵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도시 입구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할 것이 아니라 기존 복합도시를 고밀개발해 기성도시의 단점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본 도쿄 도시재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롯폰기힐스, 247m 초고층 복합빌딩 도라노몬힐스가 대표적이다. 홍콩의 경우 도시 전체가 '연필개발'로 불릴 만큼 고밀개발이 세분화됐는데, 특히 철도와 도시개발을 연계한 역세권 고밀개발에 특화됐다.

이재수 강원대학교 부동산학 교수는 "홍콩은 수직개발을 통해 도심 내 가용지 부족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데 특히 도시교통 중 대중교통 이용률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교통네트워크에 기반한 부동산 개발이 가능했다"면서 "서울도 기존 도심 내 노후화된 철도 역사를 활용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복합개발을 하면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부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로도시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시는 강남 삼성동 일대에 업무·상업·문화·관광·교통 등을 한데 묶은 'GBC-영동대로 지하복합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잠실 종합운동장(MICE단지)과 양재동(양재 테크시티)에도 각각 컴팩트시티가 들어선다. 두 단지 모두 상업, 문화, 호텔, 컨벤션, 주거 기능을 결합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도시생태계가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컴팩트도시의 지하공간이 여객교통위주 등 한정적인 용도로 활용돼 왔다면 앞으로는 물류와 교통, 상하수도 공급 처리 등 보다 복합적 시설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교통과 IT기술을 접목한 첨단교통체계와 친환경 물류시스템을 구축해되, 압축개발로 생긴 여유공간은 주민과 종사자들의 휴게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