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주택 임대차의 변화는 이제부터

2020-08-20 10:01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

[사진=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지난 7월 31일 시행됐는데, 인터넷·SNS에선 불안감이 적지 않다. 전세가 월세화된다느니 임대인 카페에 임차인 쫓아내는 법이 돌고 있다는 등 좋지 않은 이야기도 들린다.

새 법 시행으로 주택임대차 시장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개정 주임법은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요구권을 주고 임대료는 5% 이하로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임법이 1981년 제정된 후 39년 만에 드디어 주택임대차 관계의 실질적인 개혁이 시작되었다. 임대차는 곧 안정화될 것이고, 임차인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 찬스권처럼 도입됐다. 묵시의 갱신이 되면 나중에 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고, 임차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1회 2년을 더 연장할 수도 있게 됐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은 5%로 정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보다 더 낮게 인상률 상한을 정하는 방법도 도입했다. 

따라서 이제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문제도 시급하게 논의돼야 한다. 조례 제정 시 최근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변동을 반영하거나 혹은 일정 비율로 정하더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 제반 경제사정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나 농어촌 지역 간 사정이 다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뉴욕처럼 매년 인상률 상한을 정하려고 한다면 심의기구 및 운영절차, 심의에서 고려할 경제지표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어떤 방법이든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 시민단체의 의견청취가 필요하다. 정부도 조례 제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

정부는 전·월세 전환에 대한 임차인들의 우려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 전세 보증금의 월세 전환은 계약 갱신 때는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임차인이 전·월세 전환에 동의를 해줄 때를 대비해 보증금-월세 전환의 법적 기준을 시중금리 수준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정전환율은 4년 후 재계약 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대인의 대출 시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SR) 산정에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도 포함시키는 방법을 통해 임대인이 과도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다면 금융기관 대출위험 관리뿐만 아니라 갭투자 예방, 대출을 동원한 전·월세 전환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후 입법 개선도 필요하다.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를 더 확대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

지금 전세임차인들은 법 개정 내용을 수긍하면서도 4년 뒤 전세금이 대폭 오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현재 2년+2년 계약갱신제의 한계에 대한 우려이므로 정당하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숙의를 거쳐 계약갱신권 행사 횟수를 지금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외국에서는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대신 임대인의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를 상세하게 규정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임대료 급등 지역에서는 최초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입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임대차거래 신고제도는 정부가 시장 임대료 추이를 파악하고 위에 거론된 새로운 입법의 필요성을 조사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아울러 서울·수도권 주택난 해결을 위해 충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전·월세 인상 압력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민간등록임대제도 중 더 이상 필요없게 된 4년 임대 폐지를 포함한 민간임대주택 세제 및 등록 등과 관련한 후속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조례운영, 주택임대차보호법 안내 및 상담을 강화하고 전·월세 상담센터, 주거복지센터 설치 및 확대 등 주택 임대차 행정을 본격 시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진정한 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