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중 파손됐는데 10만원만 배상?… 공정위, 테슬라에 약관 시정명령

2020-08-18 12:00
코로나19로 비대면 위탁운송 도입… 5개 불공정약관 시정
인도기간 경과 후 손해 고객에 전가·'악의적' 주문 규정 구체화

테슬라코리아가 차량 인도기간이 지난 후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간접·특별손해 책임을 면책하도록 했던 자동차 매매약관을 시정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비대면 위탁운송을 실시하면서 이같은 약관을 도입해 논란을 빚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테슬라의 자동차 매매약관 중 5개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83대, 2018년 579대를 기록했던 테슬라 차량의 신규 등록 추이는 지난해 보급형 '모델3'를 출시하면서 2420대까지 늘어났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7078대가 등록됐다.

테슬라코리아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신차배송 계약조건'으로 비대면 위탁운송을 도입했다. 그러나 해당 약관에서 차량 인도기간이 경과한 후 발생한 손해를 모두 고객이 지게 하는 등 불공정약관 행위가 발각됐다.

테슬라코리아가 시정한 약관 조항은 5개에 달한다.

먼저 직접손해를 제외한 사업자의 모든 간접손해와 특별손해 책임을 면책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주문 수수료인 10만원으로 제한하는 약관을 시정했다. 공정위는 특별손해나 간접손해도 사업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는 배상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코리아는 고의·과실 책임원칙을 규정하고, 특별손해에 대해서도 이를 알았을 경우 책임지도록 수정했다.

차량 인도기간이 경과한 후 발생한 모든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차량 인도기간이 지나더라도 고객이 수령을 거부하거나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이상, 인도받기 전까지 고의·과실에 따른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약관은 인도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고의·과실 귀책여부에 관계없이 고객의 차량에 발생한 모든 손해와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조항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불리한 조항이므로 무효다.

테슬라코리아는 고의 및 과실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수정하고 인도의무 면탈조항을 삭제했다.

또한 기존 조항에서는 고객이 악의적으로 주문하거나 악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계약과 주문 취소 사유는 사전에 구체적으로 열거되고 내용 또한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며 "해당 조항은 '악의'라는 추상적인 사유로 취소를 규정해 자의로 취소할 수 있는 반면 고객은 예측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들여 차량을 재판매할 목적이거나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차량을 주문하는 경우 등으로 취소 사유를 자세히 규정했다.

사업자 재량에 따라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계약을 계열사에 양도할 수 있는 약관도 시정했다. 시정 후에는 민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민법의 자동차 매매 표준약관은 계약 및 채권 양도 시 고객에게 통지하거나,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 양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테슬라의 약관은 사업자 재량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해 고객이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있고 양수인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고객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재판관할을 정했는데, 이는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테슬라에게는 유리하지만 원거리에 있는 고객에게는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정 후에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할법원을 정하도록 했다.

테슬라는 자진 시정한 약관을 지난 14일부터 시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약관 사용 기간은 3월 2일부터 27일로, 비대면 위탁운송 차량은 2039대지만 사고가 발생해 고객에 손해를 전가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의 불공정약관 시정으로 피해 예방은 물론 고객들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됐다"며 "테슬라는 또한 자동차 매매 표준약관에 따라 기존 출고지 인도뿐만 아니라 고객이 정한 장소로 인도하는 비대면 위탁운송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테슬라 모델3.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