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친해지려면? WSJ, 팀 쿡의 트럼프 접근 비결 조명

2024-11-25 17:36
팀 쿡, 트럼프에게 직접 통화 및 식사 잡아
미팅에서는 하나의 주제만 논의
인지도 낮은 기업들은 어려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많은 기업 대표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연줄을 대기 위해 혈안인 가운데 2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트럼프와 효과적으로 관계를 구축한 비결을 제시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쿡은 트럼프 1기 당시 정부 관계자 혹은 로비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대신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식사를 잡아 요구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쿡은 한번의 미팅에서는 단일 데이터 포인트를 통해 1가지의 주제만 다룬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는 회의가 과도하게 많은 방향으로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관계자들 전했다.

이같은 쿡의 접근 방법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했는데, 트럼프 1기 정부가 세제 개편을 짜고 있던 2017년에는 쿡이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애플의 해외 소득에 대한 세율을 낮춘다면 미국 내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의사를 트럼프에게 전했고 이에 트럼프는 쿡의 의견을 세제 개편안에 반영했다. 트럼프 역시 이후에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1기 정부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던 2019년에는 쿡이 트럼프에게 관세 인상은 삼성 등 경쟁업체에 비교해 애플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했고, 그 결과 트럼프는 아이폰 등 일부 전자기기를 관세안에서 배제하는 성과가 있었다. 대신 쿡은 맥프로 생산 기지를 텍사스 오스틴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트럼프는 쿡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한 방식을 맘에 들어하면서 2019년에는 "그것이 바로 그가 위대한 경영자인 이유이다. 그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트럼프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선되기 이전에도 쿡이 자신에게 연락해 유럽에서 애플이 마주한 법적 문제를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그들(유럽)이 우리 기업들을 이용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쿡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쿡의 트럼프 접근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유는 애플과 쿡 만큼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기업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로비스트와 기업 자문가들은 트럼프가 경영자와 이미 친분이 없으면 현재 그와 일정을 잡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쿡 역시 트럼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당시 '실세'였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트럼프의 내부 관계자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 건강보험사 애트나의 전 CEO인 론 윌리엄스는 "당신이 팀 쿡이 아니라면 이 사람들을 3~4번은 만나야 그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며 "관계를 구축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어디서 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경영자들은 업계 단체 혹은 트럼프 관계자와 연줄이 있는 로비스트를 동원하고 있고, 일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맡게 될 '정부효율성부'에 직접 연락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 것도 고려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또한 트럼프 관계자 중에 벤처 캐피털 종사자들이 많은 것을 감안해 벤처 캐피털 투자자들을 통해 트럼프에 접근하는 것을 고려 중인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원하는 대로 트럼프와 만남을 가지더라도 애플과 같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이다. 글로벌 물류업체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은 지난 달 한 행사에서 트럼프를 만나 세계화 및 관세에 대해 "매우 목소리 높여" 말했다면서도 "나는 그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수입은 손해 혹은 손실이고, 수출은 이익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