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美 트럼프 행정부에 유연하게, 미리미리 대응…새 기회 만들 것"

2024-11-25 11:24
LA 오토쇼서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
현지화 투자 늘려야…EV·HEV·EREV 생산체제 마련
로보택시 공급 등 모빌리티 채널 확충
배터리 기술·충전 인프라 경쟁력도 중요
中 공세에 기술·품질로 대응해야…"CEO 선임 큰 책임 느껴"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전환에 생산 유연성으로 승부를 띄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화 투자 속도를 높이며 전기차(EV)·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넘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친환경차 규모의 경제로 배터리 가격 등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로보택시 공급 같은 모빌리티 채널 확충으로 전기차 최대 시장 수요를 빨아들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빨리빨리, 미리미리' 정신을 앞세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관세 인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투자, 현지화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고객 수요에 따라 유연한 시나리오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에 전기차,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투자 결정을 마쳤다. 앨라바마 공장에선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메타플랜트 공장(HMGMA)에선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그는 "앨라배마는 생산라인 한곳에서 6개 모델이 생산되는 반면 경쟁사는 한 라인, 한 모델 생산이어서 (우리가 더) 경쟁력이 있고 코로나 때도 (이 방식이) 유효했다"며 "현대차는 빠르고 유연성 있게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요구에 따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 생산도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로 배터리 비용이 하락한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함께 공존하게 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뇨스 사장 [사진=현대차]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고객 수요를 유도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를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 9은 전 트림 전 옵션에서 주행거리 300마일 넘는 모델로 경쟁사보다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아이오닉 9은 낙스(NACS) 포트가 탑재된 첫 모델로 테슬라 파워 포트 액세스 가능한데 초급속 충전소를 3만대 이상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모빌리티 채널을 확충하는 것도 주요 판매 전략 중 하나다. 웨이모와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에 로보택시를 공급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이를 수요 창출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HMGMA는 내년 1분기 완공돼 아이오닉 5에 이어 아이오닉 9 생산에 나선다. 오는 2027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해당 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HMGMA 단지는 3000에이커(약 367만평) 규모로 조립공장과 배터리공장,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트랜시스 등 부품공장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사진=아주경제DB]

미국에선 자동차 인센티브 정책이 바뀔 수 있고 중국 기업은 멕시코, 라틴아메리카, 유럽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기술, 품질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전동화 브릿지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를 계속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진화하는 과정을 기회로 삼고 (기술에) 대응해야 한다"며 "적게 쓰고(Fewer) 더 크게(Bigger) 더 잘(Better)을 의미하는 FBB 전략으로 최고의 품질,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RA가 없어진다고 가정을 하면 당사 대상으로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계 대상으로 없어지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모든 회사에게 똑같이 없어지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부터 신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대한 소감으로는 "혁신적인 방향이고 큰 책임을 느낀다"며 "회사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아주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임직원과 적합성(syncronization)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국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줬고 그 부분은 실행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산업적인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수십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종사를 했지만 지금 이 정도와 같은 변동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현대차의 강점인 '빨리빨리 미리미리' 정신을 앞으로도 활용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