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코로나 악몽 탈출 기회"…기업·교민 '習 방한' 기대감 고조

2020-08-17 17:47
양제츠 정지작업 뒤 시진핑 방한설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 이뤄질 듯
"韓中 교류·협력 새 돌파구 열릴 것"
투자유치·항공편 확대, 곳곳서 훈풍

2018년 3월 30일 청와대를 방문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왼쪽)이 문재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재중 한국 기업과 교민들을 중심으로 인적 교류 및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 대표단이 투자 유치 명목으로 한국을 찾고, 한·중 간 항공편 증편 논의가 성과를 내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부는 조짐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대 화두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 여부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17일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양 정치국원이 방한할지 묻는 질문에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중국 외교부 반응을 봐도 방한이 성사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같은 질문을 받고 "쌍방은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 긴밀한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사안이 아예 사실무근일 때와는 다른 식의 답변이다.

한 중국 소식통은 "다양한 정황을 종합하면 현재 중국 수뇌부의 여름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진행 중일 것"이라며 "회의가 끝나는 이번 주 내로 양 정치국원이 한국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위급 인사가 주재하는 전문가 좌담회 개최 등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의 신호탄으로 인식돼 온 소식들은 전해지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격화 등 산적한 현안을 감안하면 회의가 열렸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 정치국원은 방한 기간 중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과 만나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3월 방한 때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수도 있다.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대해서는 9월 중 전격 추진될 가능성과 연말로 연기될 가능성이 공존한다.

9월이 지나면 10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 11월 초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11~12월 중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 주요 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져 시간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정상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하는데, 국가주석과 총리가 같은 달 방한한 전례가 없어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정치국원과 시 주석의 방한이 한국의 미·중 간 줄타기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재중 한국 기업과 교민들을 억눌러 온 각종 제재가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한 대기업 중국법인장은 "중국에서 시 주석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그의 방한으로 한·중 경제 협력의 새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양국 관계 개선을 틈타 성과 사업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민영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체관광 허용을 포함해 인적 교류 확대 등의 상징적 조치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양국 관계에 부는 훈풍도 감지된다.

장쑤성 옌청시는 오는 23~27일 한국을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지방정부 대표단이 직접 방한하는 첫 사례다. 산둥성 웨이팡시도 9월 한·중 무역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과 교민들의 최대 애로인 항공편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와 광둥성 둥관시가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한·중 간 전세기 운항을 허용했고, 광둥성 후이저우시와도 이달 말 전세기 운항을 협의 중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방역 부담을 감안해 전세기 등 부정기 노선을 우선 운영한 뒤 점차 정기 노선으로 전환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중국 외교부 등 관계 당국도 최대한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