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거리로 나선 의사들…의료정책 놓고 의사-정부 ‘평행선’
2020-08-14 19:07
“책임 있는 답변 없으면 26~28일 2차 총파업” 단행 예고
‘의무복무 강제전공, 전문가가 노예인가’
‘결정하고 이제와서 의사증원 전면논의’
‘대화통해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
장맛비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에도 의사들과 학생들이 거리에 나섰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원의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이날 하루 병원 문을 닫고 단체행동에 동참했다.
여의도공원에 도착해보니 입구부터 집회 현장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한쪽 팔에 띠를 두르고 줄지어 서서 집회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대학생 단체가 있는가 하면, 삼삼오오 짝을 짓거나 개인 혼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무더위에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면서 집회 현장 입장을 오래토록 기다렸다.
이들의 투쟁 열기는 뜨거웠다. ‘무슨 이유로 이곳에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느때보다도 매섭게 대응했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학생은 “개인의 입장을 묻지 말라. 각 협회의 입장이 우리들을 대변한다”며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한 뒤 의사들의 근무 지역과 전공과목을 강제로 지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크레인을 타고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는 지난 12일 오전만 해도 보도자료를 통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마치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처럼 연출했다”며 “그런데 곧장 브리핑에서 김강립 차관은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못을 박았다.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우리를 진료실에서, 연구실에서, 강의실에서 거리로, 광장으로 내쫓고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부다. 정부는 기만적인 회유와 협박만 일삼았을 뿐 우리의 요구를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면서 “이날 총파업은 하루에 그치지만 이후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에 걸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서 연단에 선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정부는 우리를 ‘코로나 전사들’, ‘의료진 덕분’이라며 추켜세우다가 이제와 토사구팽하려 한다”고 비판했으며,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도 “‘국시거부’에 12시간 만에 전체 응시자의 50%에 육박한 인원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거리로 밀려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투쟁에 나선 의사들은 오후 4시 45분쯤 여의대로에서 집회를 마치고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까지 1km가량을 행진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과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강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 의협에 정책 논의를 하자고 거듭 제안했음에도 집단 휴진을 결정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사 인력 확충은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의협의 총파업은 서울을 비롯해 5개 권역별로 진행했으며 서울 여의대로에서 2만여 명, 대구·경북 3600여 명, 부산 2000여 명, 대전 1000여 명, 광주·전남 1000여 명, 제주 4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집회에도 불구하고 전국 병·의원에서 이렇다 할 진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1만584곳이 휴진을 신고했다. 휴진율은 31.3%다. 또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