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피해 입은 농업인들 "올해 농사 망쳤다" 망연자실

2020-08-10 15:07
과일 땅에 떨어지고 벼 물에 잠겨 남은 건 폐허


지난주 내린 폭우로 낙과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의 상실감이 심각하다.

1년 농사를 단 며칠 만에 망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지중지 키운 과일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오종채(67)씨도 그중 한 명이다.

 

복숭아가 땅에 떨어진 모습을 보고 있는 농업인[사진=연합뉴스 제공]



오랜 장마와 폭우로 만신창이가 된 복숭아 농장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년 같으면 한창 수확할 때지만 지금은 온전한 복숭아를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나무에 매달린 복숭아는 꼭지가 썩어 손만 대도 우수수 떨어진다.

7000여평 농장에서 올해 벌어들인 돈은 고작 70만원이다.

생활비는 고사하고 빚더미에 앉게 됐다.

오씨는 “올해 농사는 포기했다. 지금까지 22년 복숭아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한숨 지었다.

오씨 뿐이겠는가. 화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300여 농가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화순군 복숭아연합회 영농조합법인 박민자 대표는 “이상기온으로 복숭아 농사 짓기가 갈수록 어렵다. 조합원 모두가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현실에 맞는 대책과 보험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통 황토물로 뒤덮인 나주평야 [사진=나주시 제공]



지난주 쏟아진 300∼500㎜의 폭우로 전남의 농축수산업에도 엄청난 피해가 났다.

나주시 다시면에서 5000여평 벼농사를 짓고 있는 임순근씨(63)도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한창 벼꽃이 필 때 벼 전체가 물에 잠겼으니 추수할 것이 없다고 했다.

"순식간에 강물이 넘치고 논이 사라졌지만 어찌 손을 쓸 수가 있나요. 그저 바라만 볼 뿐..." 말끝을 흐린다.
 
전라남도가 집계한 결과 9일까지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 6546㏊가 물에 잠겼고 10㏊가 유실됐다.

9㏊의 농경지가 매몰됐고, 6㏊의 과수원에 낙과 피해가 났다.

오리 15만4000마리, 닭 13만9000마리가 폐사했다.

11개 시군 146 농가에서 84만7천마리가 침수되고 29만3천마리가 폐사했다.

양식장 8곳에서 417만 마리가 유실됐다.

곡성과 화순에서는 뱀장어 415만 마리가 사라졌고, 구례에선 메기와 철갑상어 2만4000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전라남도와 시군 자치단체들은 긴급복구반을 편성해 10일 비가 내리고 있는 와중에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