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논란] ①‘유시민 백바지 사태' 17년 지났지만...여전한 옷차림 지적
2020-08-07 08:00
국회법상 '복장규정' 없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등원’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과거 2003년 유시민 당시 의원의 백바지 등원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백바지 사태 이후 무려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2003년 4월 29일 유시민 당시 국민개혁정당 의원(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캐주얼한 백바지(흰색 바지)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했다.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서다. 유 이사장이 단상에 오르자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의 의미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모양이 좋지 않다.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유 이사장은 다음날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선서를 마쳐야 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회법에 복장 규정이 나와 있을까. 국회법 제2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나와 있다. 실제 어떻게 입어야 한다는 복장 규정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17년이 흐른 지금 류 의원의 ‘빨간 원피스 등원’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유 이사장에 대한 비판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퇴장시켜야 한다” 정도였다면,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은 “노래방 도우미 불렀냐” “티켓다방 같다” 등 사실상 성희롱에 해당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불과 24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의원은 바지를 입지 않았다. 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문화를 바꾼 것은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6년 국회에 처음 등원하던 당시 바지 정장을 입었다. 엄청나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그렇게 여성 의원들의 바지 정장이 국회에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류 의원은 본인의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회 권위는 양복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관행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저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복장으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라는 측면에서 ‘일할 수 있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된다”며 “양복을 입고 일하는 직장은 전체 일하는 시민들 중 굉장히 일부다. 화이트 컬러 중에서도 일부만 양복을 입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