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칼럼] 우리 경제에 대한 위험한 비이성적 낙관
2020-08-04 18:47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원인은 내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대외부문 충격이 예상보다 큰 데 기인한다. 코로나19의 진정세가 이어진다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에는 상당 부분 반등이 가능하다.” 지난달 23일 개최된 정부의 ‘제11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불과 1주일이 지난 이달 1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발표된 국내지표에서 경기 반등의 희망이 보인다”면서 “3분기에는 확실한 반등을 이뤄내겠다”고 보다 확신에 찬 표현을 내놓았다.
정부의 경제수장이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과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기업들에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7월 수출이 1년 전 대비 -7.0%로 감소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의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뿐 아니라 체감경기가 그에 따라주지 못하면 불만과 원망만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의 부동산시장에서처럼 정부가 자칫 양치기 소년이 되면서 신뢰를 크게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 성장률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낙폭이 가장 작은 편이다. 2분기 성장률(이하 전기 대비)에서 우리나라의 -3.3%는 중국의 +11.5%와 비교하면 크게 낮지만 스페인(-18.5%), 멕시코(-17.3%), 프랑스(-13.8%), 이탈리아(-12.4%), 독일(-10.1%), 미국(-9.5%) 등에 비해 크게 양호한 편이다. 여기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3분기 성장률 전망도 긍정적이다. 블룸버그가 내놓은 무디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HSBC 등 14개 해외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3%이다. 1분기(-1.3%)와 2분기(-3.3%)의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에서 3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4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1.4%로 플러스를 이어갈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이보다 약간 더 높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둘째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3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서고 이후 플러스를 이어간다고 해도 그 수준이 낮을 경우 체감경기는 좀처럼 호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직전분기와 대비한 성장률로, 2분기 성장률이라면 1분기와 비교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3분기에 소폭의 플러스(+1%대)로 돌아선다고 해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성장률이 1분기 -10.0%에서 2분기 +11.5%로 반등했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중국의 2분기 생산규모는 이미 작년 4분기를 능가하면서 말 그대로 ‘V’자형을 그리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L'자형, 잘 해야 'U'자형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여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2차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는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W’자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시기, 미∙중 갈등의 증폭, 과도한 최저임금, 주 52시간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걸림돌들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두 달의 흐름이 좋아졌다고 해서 경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을 실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또한 정부가 과도한 희망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속을 대로 속은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