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2020-08-04 00:30
노희진 前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SK증권 제공]



규제 정책은 고려 요소가 다양하다. 특히 부동산 규제의 경우에는 규제 변경에 따라 무주택자, 1소유주택자, 다소유주택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므로 합리적인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 세밀한 규제 효과 분석과 외국의 사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20여 차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당장 규제 효과가 안 나타난다고 설익은 새로운 규제를 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규제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부동산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책 설계 시 제일 중요한 일은 정확한 현상 분석이다. 비유하자면 의사가 정확한 진찰을 한 후에 처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방은 다를 수 있지만, 진단은 정확해야 한다. 배가 아픈 사람을 머리가 아프다고 진단하고 머리 아픈 데 좋은 약을 계속 투약하면 낫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동산 관련 언론에 보도된 정책 당국의 진단과 처방의 골격은 다음과 같이 보인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은 투기에 의한 것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거래세와 보유세를 무겁게 하고 투기에 의한 불로 소득은 양도 소득세를 중과해 국가가 환수함으로써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 투기적 수요라는 진단에 대한 증거는 존재하는 것일까?. 증거가 존재한다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다면 진단 자체가 올바른지 점검해 봐야 된다. 그러한 진단에 기반을 둔 여러 차례 대책에 대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투기의 특징 중 하나는 단기 보유다. 장기간 보유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투기라고 하기 어렵다.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달라진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보유 장려 정책을 펴고 상승기에는 억제 정책을 편다. 부동산 침체기에 정부 정책에 호응해 다주택자가 된 경우 상승기에는 매각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소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 되는 거래를 투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피해 극복을 위해 자금이 많이 풀린 상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실물자산의 규모는 변화가 없는데 화폐량이 늘면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명목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학적으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정책이 수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보유세를 올리면 세금이 부담스러워 시장의 공급이 증가할까?. 1주택 소유의 경우 미래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무주택자가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주택 소유의 경우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에 전이되기 때문에 팔 유인이 거의 없다. 무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에 전이되고 가격 상승이 예상돼 살 유인을 제공한다.

취득세나 거래세의 증가도 부동산 가격에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은 원가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양도 차익의 중과세는 주택 매도 매력을 감소시킨다. 즉, 공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세금을 강화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세금이 가격에 전가되고 수요가 늘고 공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이러한 대책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의도는 좋은데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정책과 규제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비용을 줄이려면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의 설계 시 그 효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상이한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

새로운 부동산 규제는 그 효과를 알기 어려워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적 유인을 제공한다. 실험적인 새로운 부동산 규제는 가급적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