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당한 대가 지급 않고 타인 아이디어 이용하면 위법”

2020-08-01 23:47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광고업체로부터 신제품 명칭 및 광고에 사용할 광고 대본 등을 받은 뒤에 그와 비슷한 광고를 제작·방영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광고업체인 A사가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는 A사에게 5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적용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원심인 2심 재판부는 “A사가 제작한 광고용역 결과물은 A사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이자 성과”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는 A사에게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여 무단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달리 1심 재판부는 “A사가 만든 광고 촬영 대본과 실제 방영된 광고가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는 치킨 광고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장면 내지 기존 광고물 제작에 사용되던 기법이기 때문에 A사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었다.

이 소송은 A사가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의 요청에 따라 신제품에 대한 제품명과 광고 촬영 대본을 만들어 치킨 회사에 전달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는 다른 광고회사를 통하여 A사가 만든 제품명과 광고 촬영 대본의 구성방식, 배경 소재, 일부장면 등이 상당히 유사한 광고를 제작하여 방송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2018. 7. 18. 시행)에서 신설된 규정이다.

대법원은 이 규정과 관련하여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아이디어 정보의 제공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 아이디어 정보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체적인 적용 요건을 이 사건을 통하여 처음으로 설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아이디어정보 제공이 위 (차)목의 시행일 전에 이루어졌어도 위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가 그 시행일 이후에 계속되고 있다면 위 (차)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시행일 이전에 정보가 제공되어도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최근 지적재산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사업제안, 입찰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타인의 영업상 아이디어가 부정하게 사용된 경우 어떠한 요건 아래에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