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탓이라지만... 찜찜한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 검토
2020-07-30 07:23
홍콩 정부 코로나19 확산세 이유로 들어 선거 연기 검토
민주파 반발.. "민주파 승리 막으려는 꼼수가 배경"
민주파 반발.. "민주파 승리 막으려는 꼼수가 배경"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실질적 내각인 행정회의는 전날 캐리 람 행정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입법회 선거 연기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지속될 경우 람 장관에게 선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회 선거 연기에 따른 현 입법의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며 31일 이후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에선 이달 초부터 입법회 선거 후보 등록을 받아 마감한 상황이다. 그러나 입법회 선거를 두 달이나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누적 감염과 사망자 수가 각각 2884명, 23명에 달하고 최근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홍콩 당국은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행동제한 조치를 강화하기도했다. 2인 이상 모임과 식당 내 취식을 전면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람 행정장관은 전날 밤 늦게 성명을 내고 “대규모 지역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며 “의료체제가 붕괴하고 고령자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선거 연기가 홍콩 민주파의 선거 승리를 막으려는 꼼수가 선거 연기 검토의 실질적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인 공민당의 제레미 탐 의원은 “현재 행정회의는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 측은 입법회 선거가 당초 일정대로 치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4년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전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선거 패배를 두려워하는 친중파 진영이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선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학 교수는 SCMP에 “베이징은 야당이 입법회 다수를 확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거를 철회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 친중파 정치세력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민주파 진영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의 여세를 몰아 지난해 11월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입법회 선거에선 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을 노리고 있다. 전체 입법회 의석(70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이 민주파의 핵심 선거 전략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유럽연합(EU)이사회 등 국제사회는 "홍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이라면서 입법회 선거 때까지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