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내일 서울시 현장점검...'박원순 의혹' 파헤치긴 힘들 듯

2020-07-27 14:06
28~29일 이틀간 서울시 현장 점검
법률·상담·노무 전문가 등 함께 참여
"강제 조사·제재 권한 없어"...한계도

여성가족부가 오는 28~29일 서울시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선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 서울시 내 성폭력 방지조치 현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현장 점검을 통해 여가부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다만 여가부가 전문수사기관이 아니고 정책 시행에 있어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만큼 이번 현장 점검이 얼마나 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 또한 최근 국회를 찾아 여가부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애로를 호소한 바 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열린 20∼30대 여성들과의 '성 평등 조직문화 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가부, 28~29일 이틀간 현장 점검...법률·노무 전문가 등도

27일 여가부에 따르면 현장 점검단은 28~29일 이틀에 걸쳐 그동안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조치의 실행 여부를 살펴본다.

여가부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조직 내 2차 피해가 발생했는지, 이에 대한 조치사항은 어땠는지, 폭력예방교육 내용 및 참여방식 등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 점검은 여가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 점검총괄팀장을 단장을 맡아 지휘한다. 법률, 상담, 노무 전문가도 함께 참여한다.

장미경 여가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 점검총괄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성평등기본법에 나와있는 성희롱 방지 조치 관련 전반사항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현장 점검 일정은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해 사건 처리 방향을 설명한 뒤 "이번 달 말 서울시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이번 점검으로 기존 제도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과 2차 피해 현황, 조치 결과 등을 확인해 서울시의 여성폭력 방지조치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직장으로 복귀해 일할 수 있도록 성 평등한 조직문화 조성과 관련 제도의 보완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제 조사·제재 권한 없어"...실효성 의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까지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성 비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여가부가 서울시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결정했지만, 여가부 역할에 대한 회의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여가부는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사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별다른 입장 발표와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며 존폐론에 휘말렸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청원에는 나흘 만에 시민 10만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여론의 뭇매에 이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가부가 이 같은 여성 폭력 이슈 등에 적극 나서기 힘든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특히 선출직 기관장에 의해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국민 주권의 입장에서 위임한 권력이라는 차원에서 통제받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허용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당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저희가 조직문화 컨설팅을 개입할 수 있고 권유는 하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실효적인 대응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도 지난 23일 브리핑에 강제 조사권이 없고 제재 권한 또한 부족한 상황을 인정, "타 기관과 협업체계가 강화되도록 법 계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가부가 업무 패턴과 정책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