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약 없던 여의도 재건축, 빛 보나"…서울시 한마디에 2000만원 '쑥'

2020-07-25 14:30
매물 거두고 호가 높여…대기 수요자들은 조바심
공공재건축 가능성에 추진위 "추호도 관심 없다"

"기약 없던 여의도 이슈가 다시 나오니까 집주인들은 일단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죠. 관심 있던 매수자들은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하는 분위기고."(화랑공인 대표)"

"꼭 팔아야 하는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정리 안 하죠. 재건축만 되면 '따블'을 칠 텐데요. 매물이 귀하니까 계속 올라요."(B공인 대표)

지난 24일 방문한 서울시 영등포구 시범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주택공급확대TF 회의에서 재건축 재개 카드가 거론되자마자 일대 집값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의도 미성아파트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서울시가 언급한 단지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일대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됐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 허가에 미온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국토부에서 한다는 얘기도 안 했는데, 서울시에서 재건축을 허용하자는 건의를 했다고 보도가 나가자마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2000만원씩 올리고 있다"고 했다.

화랑공인 대표도 "공공재건축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게 뭔지 잘 모르더라도 일단 이슈가 되고 있으니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보류로 돌아섰고, 호가만 올라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B공인 대표는 "소형은 물건이 하나도 없다. 제일 싼 물건은 24평 16억3000만원”이라며 “일단 사겠다고 하면 수천만원 더 올린다고 봐야 한다"며 "물건이 귀하니 결정을 빨리하지 않으면 금방 소진돼 버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용적률을 올리네, 물량을 늘리네, 얘기가 나오고 있고 정말 이렇게만 된다면 '따블'을 칠 텐데 내가 집주인이어도 안 팔 것"이라며 "꼭 팔아야 하는 사유가 있는 게 아니면 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멈춰 있던 재건축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은 달뜬 분위기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처지에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7·10 부동산대책에서 공급대책으로 거론된 방안이 '공공재건축' 활성화였기 때문이다.

공공재건축은 공공기관이 조합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 인허가 절차 등을 빠르게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임대주택 또는 기부채납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제형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공공재건축은 추호도 관심이 없다"며 "정부 관계자로부터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