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격동'의 시대] ①50조원 거물 'ARM' 어디 품에?...차기 주자 '엔비디아' 참전에 업계 술렁
2020-07-24 06:00
"ARM 매각전은 지각변동"...모바일 반도체 '기초 설계도' 못 쓸까 불안감 ↑
시총 3위 '엔비디아' 참전에 업계 술렁...'독점 우려' 인텔 주춤하자 치고 나와
시총 3위 '엔비디아' 참전에 업계 술렁...'독점 우려' 인텔 주춤하자 치고 나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영국계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랬던 손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며 ARM을 매물로 내놓을 것을 고려 중이다. 저전력 기반 반도체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용 메모리 칩셋(AP) 시장을 장악한 ARM 인수 싸움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업체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암) 홀딩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근 몇 주에 걸쳐 인수 제안과 관련해 ARM의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와 접촉했다"면서도 "아직 관심을 표명한 수준일 뿐 또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2016년 당시 손 회장은 매출 규모 1524억엔(약 1조7030억원)에 불과하던 ARM을 320억 달러(당시 36조원)에 인수하면서, "20년 안에 전 세계는 ARM이 설계한 제품을 1조개 이상 사용할 것"이라며 내부 반발을 일축했다.
그만큼 ARM은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에 손 회장이 내놓은 미래 비전의 핵심 기업이었지만, 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ARM조차 매물로 내놓아야 할 만큼 경영 위기를 맞았다. 올 1분기 소프트뱅크가 '1조4300억엔(약 16조5000억원)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부분 매각이나 전체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까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ARM의 매각 가격이 최소 320억 달러에서 최대 41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6년 손 회장은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사들였고, 410억 달러(4조5000억엔·약 50조원)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조달하기로 약속한 금액이다.
이와 같은 '초거대 매물' 가능성에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상태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이목이 쏠려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ARM이 누구의 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반도체 생태계'와 '판도' 자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안드로이드와 애플 진영 모두 ARM이 어느 한쪽의 품에 들어갈 가능성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 특정 업체가 ARM을 인수하고 'ARM 아키텍처 독점'을 선언해 라이선스 거부를 발동하거나 특허권 침해 소송을 벌이면 모바일 반도체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
ARM의 매머드급 매각 가격과 사업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유력 인수 후보군은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좁혀진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강자 인텔은 ARM과 전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반독점 문제에 휘말릴 수 있고 뒤를 쫓는 3위 업체인 AMD는 인수 여력이 충분치 않다. 또한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입에 오르지만, 홍콩 보안법 사태로 '중국때리기'에 한창인 상태에서 이들 기업이 나설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강자 엔비디아가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GPU 기술을 딥러닝(인공신경망)과 자율주행 등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영역에 접목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2~4월) 엔비디아의 매출은 30억8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난 7월 13일에는 인텔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에 올랐다. 당시 엔비디아의 시총은 2510억 달러를 기록해 연초 대비 79%나 급증하며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다.
향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엔비디아는 CPU와 GPU 모두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유력한 반도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테슬라와 모빌아이·인텔연합과 함께 자율주행기술 주도권 경쟁을 삼분할 정도의 AI 강자인 엔비디아가 이미 최고 수준의 GPU 기술에 더해 CPU 기술까지 AI 기술 개발에 투입해 성과를 낸다면, 미래 기술 생태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지난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칩셋 기술 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잠재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봤을 가능성도 높다. 그는 창업 이전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LSI 로지틱스와 AMD에서 칩셋 설계 실무자로 활동했으며, 지난 25년간 엔비디아의 장기적인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꾸준히 실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엔비디아는 GPU를 설계하고 생산을 모두 대만 TSMC 등에 외주하고 있어 제조능력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인텔 등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독과점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영국계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그랬던 손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며 ARM을 매물로 내놓을 것을 고려 중이다. 저전력 기반 반도체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용 메모리 칩셋(AP) 시장을 장악한 ARM 인수 싸움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업체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암) 홀딩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근 몇 주에 걸쳐 인수 제안과 관련해 ARM의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와 접촉했다"면서도 "아직 관심을 표명한 수준일 뿐 또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손정의도 '먹다 체한' ARM...매각 소식에 촉각 곤두선 반도체 업계
지난 2016년 당시 손 회장은 매출 규모 1524억엔(약 1조7030억원)에 불과하던 ARM을 320억 달러(당시 36조원)에 인수하면서, "20년 안에 전 세계는 ARM이 설계한 제품을 1조개 이상 사용할 것"이라며 내부 반발을 일축했다.
그만큼 ARM은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에 손 회장이 내놓은 미래 비전의 핵심 기업이었지만, 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ARM조차 매물로 내놓아야 할 만큼 경영 위기를 맞았다. 올 1분기 소프트뱅크가 '1조4300억엔(약 16조5000억원)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부분 매각이나 전체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까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ARM의 매각 가격이 최소 320억 달러에서 최대 41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6년 손 회장은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사들였고, 410억 달러(4조5000억엔·약 50조원)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조달하기로 약속한 금액이다.
이와 같은 '초거대 매물' 가능성에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상태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이목이 쏠려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ARM이 누구의 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반도체 생태계'와 '판도' 자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안드로이드와 애플 진영 모두 ARM이 어느 한쪽의 품에 들어갈 가능성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 특정 업체가 ARM을 인수하고 'ARM 아키텍처 독점'을 선언해 라이선스 거부를 발동하거나 특허권 침해 소송을 벌이면 모바일 반도체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
'ARM 인수전' 치고 나온 차세대 선두주자 '엔비디아'
ARM의 매머드급 매각 가격과 사업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유력 인수 후보군은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좁혀진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강자 인텔은 ARM과 전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반독점 문제에 휘말릴 수 있고 뒤를 쫓는 3위 업체인 AMD는 인수 여력이 충분치 않다. 또한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입에 오르지만, 홍콩 보안법 사태로 '중국때리기'에 한창인 상태에서 이들 기업이 나설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강자 엔비디아가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GPU 기술을 딥러닝(인공신경망)과 자율주행 등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영역에 접목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2~4월) 엔비디아의 매출은 30억8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난 7월 13일에는 인텔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에 올랐다. 당시 엔비디아의 시총은 2510억 달러를 기록해 연초 대비 79%나 급증하며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다.
향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엔비디아는 CPU와 GPU 모두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유력한 반도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테슬라와 모빌아이·인텔연합과 함께 자율주행기술 주도권 경쟁을 삼분할 정도의 AI 강자인 엔비디아가 이미 최고 수준의 GPU 기술에 더해 CPU 기술까지 AI 기술 개발에 투입해 성과를 낸다면, 미래 기술 생태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지난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칩셋 기술 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잠재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봤을 가능성도 높다. 그는 창업 이전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LSI 로지틱스와 AMD에서 칩셋 설계 실무자로 활동했으며, 지난 25년간 엔비디아의 장기적인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꾸준히 실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엔비디아는 GPU를 설계하고 생산을 모두 대만 TSMC 등에 외주하고 있어 제조능력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인텔 등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독과점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