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동걸 회장 임기 막판에 곳곳서 암초

2020-07-22 19:00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 거래 무산 위기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반대 변수
KDB생명 인수파트너, 거부권 행사 입장

[사진=산업은행]

오는 9월 이동걸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KDB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등에서 뜻하지 않게 암초를 만난 탓이다. 계열사 KDB생명 매각도 막판 변수 탓에 순탄치 않다. 임기 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솜씨를 발휘해온 이 회장이 임기 막판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순탄치 않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현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현산 측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산 측은 지난달 9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밟힌 이후 금호산업 및 채권단과 추가적인 협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산은 내부에서도 "현산만 믿고 있기보다는 다른 방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하반기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성황리에 이끌어 왔으나 막판 방점을 찍지 못하고 거래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위기가 아시아나항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은이 과반수 지분을 갖고 매각을 추진해왔던 대우조선해양 매각건도 무산될 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앞두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싱가포르·중국·일본·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중 단 한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승인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무산된다.

 

[사진=현대중공업 등]

EU는 최근 국내 금속노조에 '제3차 지위'를 부여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심사 자료를 열람하고 의견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금속노조가 양사의 합병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음을 감안하면 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뿐 아니라 일본도 암초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를 부당 지원했다"며 한·일 조선업 분쟁 해결을 요청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일본의 문제 제기 주체가 국토교통성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취인위원회'가 아니라 심사와 연관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심사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마지막으로 KDB생명 매각에서도 막판 암초를 만났다. 산은은 지난달 KDB생명 본입찰 실시 결과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은 등 기존 주주가 JC파트너스가 만든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거래의 골자다.

하지만 산은의 KDB생명 인수 파트너(공동 GP)였던 칸서스자산운용이 해당 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난항이 예상된다. 칸서스운용은 KDB생명 최대주주인 PEF의 지분 2.48%를 보유하는 데 그쳤으나 공동 GP로서 매각을 무산시킬 수 있는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KDB생명보험]

칸서스는 KDB생명 매각가가 장부 가치보다 훨씬 낮게 팔려 대규모 투자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이 120억원에 불과한 칸서스운용 입장에서 KDB생명 매각에서 큰 손실을 내면 단숨에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순탄히 진행되는 듯했던 M&A 거래가 하나둘씩 무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해당 M&A를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업적 중 하나는 그동안 쌓여 있던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마무리해 왔던 것"이라며 "임기 막판에 그동안 추진해온 M&A 거래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본인도 아쉽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