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등 7개 정수장 유충 발견 "환경부, 수돗물 불신만 키워"
2020-07-21 17:18
인천 공촌 포함 '활성탄지' 사용 7개 정수장서 유충·벌레 발견
환경부 "서울·부산 타 지역 유충, 배수구 등 외부 유입 때문 추정"
전문가 "정수장 운영 미숙, 민원 후 현장 조사 늦어 수돗물 불신 키웠다"
환경부 "서울·부산 타 지역 유충, 배수구 등 외부 유입 때문 추정"
전문가 "정수장 운영 미숙, 민원 후 현장 조사 늦어 수돗물 불신 키웠다"
인천 공촌정수장 포함 7개 정수장에서 유충, 벌레 등이 일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기에 이어 서울 지역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환경부가 뒤늦게 전국 정수장 49곳을 점검한 결과다. 지난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반복되는 지역 정수장의 허술한 관리와 정부의 늑장 대응에 수돗물 불신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지난 15∼17일 인천 공촌정수장처럼 정수 설비인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모두 7곳에서 유충과 벌레의 일종인 등각류 등이 일부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공촌정수장 포함 인천 부평·경기 화성·김해 삼계·양산 범어·울산 회야·의령 화정정수장 등 6곳에서 추가로 유충 등이 발견됐다.
숯과 비슷한 탄소 물질인 활성탄지는 기존 표준정수처리공정으로 제거할 수 없는 미량의 유기물질을 없애기 위해 오존과 함께 고도정수처리공정에서 쓰인다.
서울의 경우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지는 않아 환경부는 배수구 등 외적 요인에 따른 유충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기·파리 유충이 발견된 부산은 조사 결과 하수구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성·파주 등 다른 지역도 정수장·배수지·저수조 등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아 배수구 등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수돗물에 유입된 깔따구가 관로에서 증식해 공급되는 수돗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희박하고 유해성 여부 또한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환경부는 "(수돗물을) 생활용수로만 사용하고 음용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실 수 없는 안전하지 않은 수돗물이라는 점을 환경부가 시인한 셈이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례는 해당 정수장의 운영 미숙과 함께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충 등 벌레가 활성탄지에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 했고, 정수시설과 배수지, 저수조 등의 허술한 방충 관리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민원이 제기된 후에도 정보 공개와 현장 조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민원이 처음 발생한 후 환경부가 긴급 점검에 나선 것은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직접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전화해 정부 차원의 원인 조사와 전국 정수장의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지난해 5월 인천시 서구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드러난 허술한 관리 문제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붉은 수돗물은 정수장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인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와 가정 수돗물에 흘러들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붉은 수돗물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시범 가동 없이 활성탄 시설을 서둘러 가동하는 등 운영 미숙 탓이 크다"며 "처음 민원이 제기돼 인천시에 보고되기까지 5일이나 걸려 신속한 대응을 못했고, 정부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도 늦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각 정수장에 유충 발견 후 즉시 활성탄지를 교체하고 세척이나 오존 주입률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지시했다. 또 해당 정수장들에 23일까지 보완조치를 완료하고 그 사항을 보고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