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 D-2] '통일부 중심' 대북정책 구상 밝힌 이인영, "가족 큰 의혹은 규명"(종합)

2020-07-21 11:39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남북 대화 복원"
"물물교환 방안으로 인도적 교류협력"
"금강산·이산가족, 개별관광으로 해결"
"한미연합훈련 개인적으로 연기 희망"
"근거없는 의혹 계속…가족 힘들어 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통일부’ 중심의 대북정책 구상을 밝혔다. 아들 병역면제, 스위스 유학자금 관련 의혹에 대해선 “큰 의혹은 어느 정도 규명했고 불식됐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장관으로 취임하면) 통일부의 아주 대담한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통일부 중심의 대북정책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남북 관계 발전에 있어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에서 통일부가 중심이라는 확고한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겠다”며 “통일정책 추진에서도 우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변화,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장관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남북 대화 복원을, 그다음으로는 인도적 교류 협력을 꼽으며 “신뢰에 기반해서 그간 남북 간 합의 약속을 이행하는 순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표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남북 인도적 교류·협력 바로 추진”···물물교환 방안 제시
이 후보자는 그가 주장하는 남북 교류협력에 대북제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엔 “새로운 상상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며 물물교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 금강산·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이나 약품 등과 현물로 교역하는 방식의 남북 간 교류협력을 해볼 수 있다”며 “작은 규모에서 남북 간 교역을 시작하고, 상황과 조건이 개선되면 더 큰 규모로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워킹그룹 속에서도 남북 간의 독자적인 공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가 독자적 판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등 인도적 교류를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인도적 교류와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 워킹그룹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정책을 추진해도 된다는 생각”이라며 “워킹그룹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통일부 관련 부서로부터 간접적으로 의견을 들어보면 주로 제재와 관련해서 해당하는 사안들을 논의하면 되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했다.

또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효율적, 효과적으로 대북제재 해제 절차를 밟은 사계가 있다고 언급하며 “여전히 워킹그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등 잘 구분해서 정책 추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남북 간 협력, 대화 복원이 북한의 호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엔 “(통일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그 시점에서 보다 공식적으로 북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그리고 북이 대화로 나올 수 있는 어떤 구상을 밝히고 제안할 생각”이라고만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구상 중인 대북정책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강산관광·이산가족 상봉, ‘개별관광’으로 물꼬를…”
이 후보자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추진 문제를 ‘개별관광’으로 풀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한·미가 금강산관광을 제재 예외로 두는 데 의견접근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 “워킹그룹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정확히 밝힐 상황은 못 된다”고 했다.

다만 “김연철 전 장관 시절에도 (국회) 상임위에서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개별관광의 가능성은 이미 언급했다”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개별관광으로 이뤄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또 “특히 고령자 이산가족의 경우 개별 상호 방문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져왔다”며 “그게 금강산에서 먼저 이뤄지면 좋겠고, 안 되면 아주 소규모라도 판문점에서 열어내는 정책들을 제안하고 추진해보겠다”고 부연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개별관광으로 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상적으로 화상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화상 상봉’ 상시화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한·미훈련, 연기 원하지만···전작권 반환 현실적 요구 존재”
이 후보자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연기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전시권) 반환과 관련 현실적 요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 이전에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연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사실”이라며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국방부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 IOC(기본운용능력)가 진행됐고 FOC(완전운용능력)를 거쳐 FMC(완전임무수행능력)로 가야 하는 현실적 요구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현실적인 제약 요건이 있어서 국방부의 요구와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을 모두 감안해서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들 병역·유학 큰 의혹은 규명···담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대응”
이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 등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규명했고 불식됐음에도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담담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면서도 근거 없고, 과도한 의혹들로 인해 아내와 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문제는 장관 개인만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의 문제로 연결되고, 청문회 검증 과정이 반복됐다. 저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그러나 때로는 근거 없는 이야기나 과도한 이야기들이 보도되면 저나 제 아내나 제 아들이 매우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몇 가지 의혹이 있고, 법적 시비가 있다면서 “그런 점들에 대해선 좀 더 살펴보고 있고, 필요한 사과나 치유 절차들이 있다면 그것을 성실하게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아내가 상임이사로 있는 ‘마르쉐’ 재단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로부터 2억여 원을 지원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제 아내는 저의 정치화는 또 다르고 아주 훌륭한 NGO(비정부기구) 활동가다. 이명박 정권 시절, 오세훈 시장 시절 당시 관련 활동을 했었다”며 “그 얘기를 생각해보면 제 아내에 대해 균형감 있게 판단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