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으니, 트렌드⓶] MZ세대는 왜, 패션 쇼핑앱에 열광하나

2020-07-21 07:42

[편집자 주] ‘젊으니, 트렌드’는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기획기사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젊은 소비’를 주도하며 각 분야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Z세대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지만, 합리적입니다. ‘젊으니, 트렌드’는 경제성과 효율성, 개별성과 독창성, 편의성과 심미성 등 온갖 요소들과 함께 '합리적인 변화'의 배경을 분석해 보려 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갈대 같은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MZ를 이해하는 자, 판을 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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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힘은 강했다. 쇼핑몰을 한데 모아 패션 쇼핑 앱을 만들자 사용자가 몰려들었다. 여성 쇼핑앱 ‘지그재그’는 지난해 누적거래액 6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조원을 바라보면서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사용자의 90% 이상이 20대 여성인 ‘브랜디’는 하루 방문자 수(DAU)가 39만 명에 달한다. 남성 쇼핑앱 ‘하이버’는 지난달 거래액이 전날 동기 대비 220% 증가했다. 이들 앱의 연령층은 적게는 80%, 많게는 90%까지 MZ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MZ세대는 왜, 패션 쇼핑앱에 열광할까.
 

[사진=게티이미지캥크]

 
‘정보 더미’ 속에서 찾은 ‘내 옷’ 

패션 쇼핑앱은 그 탄생부터 목표가 명확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모바일을 공략한다.' 네이버 등 포털에 아무리 많은 제품이 올라와 있어도 옷을 사고 싶은 20대는 쇼핑앱을 찾는다. 이들에게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 더미’는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 사고 싶은 ‘내 옷’을 찾기 위해 다른 정보는 필요 없다. 심지어 '여성 쇼핑앱'과 '남성 쇼핑앱'으로 성별까지 구분했다. MZ세대는 한정된 시간에 ‘또래가 입는 예쁜 옷’을 사기 위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전달받길 원한다. 쿠팡 등 이커머스를 찾지 않고 패션 쇼핑앱을 찾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SNS에서 세상 모든 사람의 게시물을 다 보게 되면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포털은 메인 화면에 뉴스부터 푸드 생활용품 등 모든 정보가 다 보이지만, 쇼핑앱은 개인 로그 기록을 바탕으로 유저가 보고 싶은 정보만 제공한다“며 ”앱은 하나의 목적성을 갖는다. 우리는 20대를 타깃했고, 그들은 원하는 제품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vs 인플루언서 

MZ세대는 원하는 정보가 따로 있다. 각자 스타일에 따라 입고 싶은 옷의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개별성이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패션 분야에서 MZ세대가 지닌 개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패션 트렌드는 유명 연예인이 주도했다. 연예인이 착용한 옷은 다음날 히트 상품이 되고, 그와 비슷한 패션은 유행이 됐다. 이 같은 패턴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영향력이나 변화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MZ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더 그렇다.

MZ세대는 빈자리를 인플루언서를 통해 채운다. 인플루언서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지만, 연예인처럼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진 않은 존재’다. 연예인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쫓기 위해선 개인을 그것에 맞춰야 한다. 반면, 인플루언서는 개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일차적으로 선택한 후, 그 인물의 패션을 쫓으면 된다. 기성복으로 생산되는 스파 브랜드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개인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하고 디테일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웨딩드레스 맞춤과 같은 형태다.

브랜디 관계자는 “MZ세대는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의 예쁜 옷을 보고, 바로 쇼핑앱에 들어가 상품을 구매한다.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예쁜 인플루언서가 입는 옷을 찾고, 소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상이 또 올라 왔네 

패션 쇼핑앱에는 기본적으로 수백 개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콘셉트에 맞게 상품을 업데이트하고, 쇼핑앱은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웹 기반의 개별 쇼핑몰은 아무리 부지런해도 매일 신상품을 올릴 수는 없다. 반면, 쇼핑앱은 수백 개의 쇼핑몰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옷이 올라온다. 오늘 신상품을 다 둘러보더라도 내일 앱에 접속하면 또다시 새로운 제품을 찾을 수 있다. 개별 쇼핑몰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다. 시즌별로 신상품이 출시되는 기존 스파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패션 쇼핑앱은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시간성을 갖추고 있다.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의 윤거성 이사는 “지그재그는 MAU(월 방문자 수) 대비 DAU 비율인 리텐션이 타 플랫폼 대비 높다. 상품이 수시로 업데이트 되니 앱에 자주 방문해 쇼핑을 즐긴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신상품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다 보니, 웹 쇼핑의 강점이었던 명확한 상품명·품번으로 옷을 찾는 스마트 스토어 검색과 가격비교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동대문 패스트 패션의 경우 기존 검색 시스템이 찾을 수 없는 디커플링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스토리를 즐기다 

쇼핑앱의 성장에는 개별 쇼핑몰의 진화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웹 기반 쇼핑몰이든 쇼핑앱이든 모두 동대문 패스트 패션을 기반으로 한다. 동대문에서 도매로 팔리는 제품은 수십 수백 곳의 쇼핑몰에서 판매된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쇼핑몰들이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각자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담는다는 것이다. 같은 옷이라도 풀어내는 색과 디스플레이, 콘텐츠가 다르다. 어떤 옷과 매칭해 판매하느냐도 천차만별이다. 이 차별화 과정에서 가격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쇼핑앱을 통해 옷을 구매하는 MZ세대는 검색과 가격비교를 통해 옷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트 패션 트렌드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독창성이 중요하다.

 
기술은 거들뿐 

쇼핑앱이 제공하는 각종 편의성은 MZ세대가 웹에 눈을 돌리지 않는데 큰 영향을 줬다. 애초부터 모바일에서 쇼핑을 하기 편하게 UX/UI 디자인이 설계한 점부터 웹과 다르다. 여기에 무료‧새벽배송, 판매자가 달라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 개인 추천 시스템 등이 적용되면서 점점 쇼핑하기 편한 플랫폼이 갖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