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中 제재 본격화'...세계 3번째로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

2020-07-20 18:25
20일 의회서 대중 제재안 발표할 듯...자산동결·여행제한 등 예상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문제 삼아...속내는 '홍콩 보안법'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로 촉발한 영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이 고조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캐나다와 호주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중국 관련 제재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날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하거나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라브 장관은 오는 20일 영국 의회에서 해당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해당 결정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한 데 따른 제재안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19일 라브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의혹과 관련해 "영국은 중국과의 긍정적 관계를 바라지만, 그런 행동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면서 제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인권 탄압을 저지른 중국 측 기관과 개인에게 '마그니츠키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당 제재에는 중국 측에 대한 여행 제한과 자산 동결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마그니츠키 제재는 미국이 지난 2012년 도입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서 나온 제재 방식이다. 앞서 영국은 러시아·미얀마·북한·사우디 아라비아 국적자에 해당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러시아의 회계사였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고위 권력층의 국고 횡령 등의 부패 혐의를 폭로했다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는데,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인권 유린국에 자산 동결,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시작했다.

라브 장관의 발표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이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면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왕 대변인은 라브 장관이 언급한 강제 불임수술 의혹을 비롯한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순전한 날조이자 비방", "완전한 헛소리"라고 반박하면서 "중국은 내정간섭에 대해 반드시 단호한 반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의 갈등세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은 홍콩보안법 강행에 반발해 영국 내 5세대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업체인 화웨이 통신장비를 퇴출한다고 선언했으며, 홍콩 시민들의 영국 이민을 지원하기 위해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연방을 주도하는 영국은 영연방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중국에 대한 공동 제재도 주도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와 호주는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시행과 함께 국제사회 중 가장 먼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하기도 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