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외건설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2020-07-20 10:40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1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중동 수주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주도 약 10억 달러가 늘어나며 수주 회복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162억 달러는 연간 기준 282억 달러를 기록한 2016년의 상반기 실적(153억 달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중동과 아시아 비중이 90%에 가까워 지역별 수주 불균형은 더욱 심해졌다. 또한, 코로나 19의 대유행과 국제유가 부진 등 시장 환경의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향후 낙관적인 수주 전망을 어렵게 한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러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 해외건설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양적 수주에만 매몰되어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다 보니 수주 경쟁력의 지속 가능성이 낮고,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받는다. 또한, 정부가 내놓는 수주 지원방안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우리 해외건설의 영광 재현을 위한 쓴소리라고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런데, 세간의 일부 시선은 잘못됐다. 특히, 해외건설의 과거 실적에 대해서 그 의미와 성과를 깎아내리는 시선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1965년을 시작으로 해외건설은 5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약 1만4000개의 사업을 수주해 8500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평균 650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또한, 진출한 다수의 국가에서 기념비적인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우리 건설기업의 경쟁력을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이처럼 부정할 수 없는 해외건설의 흔적은 해외건설촉진법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원정책과 기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지원방안과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다.
의심과 걱정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건설에 관한 관심이 격려와 지원으로 나타나야 할 때다. 지난 55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해외건설이다. 앞으로 할 날이 더 많다. 우리, 힘을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