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하는 약속 책임준공] "불공정 조항이 건설 위기 불러"···업계 "공생구조로 혁신 필요"
2024-04-14 18:07
책임준공을 두고 건설업계 등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약정서의 불공정 조항이 현재의 건설·금융산업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책임준공 약정 등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바로 잡아 건설·금융사가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진단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14일 책임준공 확약에 대해 “건설사의 위기가 곧 부동산 PF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계약 관행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생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로는 시공사가 책임져야 되는 구조적 문제로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하면 시공사 이자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며 "시공사의 책임준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융사과 시공사, 시행사 3자 약정으로 나누거나 보증기간을 한정하는 등 금융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공사 등이 맡아왔던 책임보증이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금융사가 리스크 우려에 따라 대출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보험을 통해 책임준공에 대한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파만파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준공 확약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계약하고 지금에 와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에 불공정한 책임준공 확약이 최근 부동산 PF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가 건축물 준공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약정된 기간 내 준공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하는 책임준공 약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공정 약정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기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건설사의 대량 도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건산연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준공 확약은 건설사업을 위해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라며 “시장이 좋을 때는 발주처가 사업을 내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책임준공 확약으로 도급계약을 맺으려 하지만, 시장이 안 좋아지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자체적 경영방침에 따라 사업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책임준공 현장을 선별적으로 들어가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